강신욱 / 언론인 40대 공무원이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매몰 처분 등 격무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주민복지과 정모(41·사회복지 7급)씨는 지난 12일 오후 8시47분께 퇴근하다 집 앞에서 이상 증세를 느껴 지인에게 연락한 뒤 곧바로 쓰러졌다.
2011년 구제역 발생 때도 인사 사고가 일어났다.
방역초소에서 한 사무관이 동료 직원의 물탱크 급수 작업을 돕다 소방호스 노즐에 머리를 맞아 수술을 받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 씨오리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처음 들어왔고 지금까지 진천군 2곳과 음성군 1곳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돼 13일까지 33농가의 닭과 오리 58만1000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매몰 처분했고 앞으로도 9농가 29만3000마리를 더 처리해야 한다.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에서 반경 3㎞ 안에 들어 있는 위험지역 닭과 오리는 모두 매몰하는 셈이다.
심지어 2012년 7월 농림축산방역본부가 국내에서 처음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지정한 전국 12개 농장 가운데 하나인 음성군 대소면 산란계 농장도 살처분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곳은 농장주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매몰 처분 대신 열처리(렌더링) 방식으로 닭을 처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외 없는 원칙에 `매몰처분 명령권`을 쥔 유영훈 진천군수는 눈물까지 보인 끝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농식품부(중앙정부)의 강권(이동제한 명령권)에 결국 손을 들었다.
진천지역 사회단체는 10일 농식품부의 매몰 처분 강요에 강하게 반발했고 12일에는 동물보호단체에서 음성지역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앞에서 매몰 처분 반대와 작업 참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8일부터 매일같이 반복하는 매몰 처분 작업에 진천군 공무원은 이미 `파김치`가 됐다.
매몰 처분과 방역초소 근무를 하면서도 본연의 사회복지 업무에 손을 뗄 수 없어 야근을 해온 40대 공무원이 급기야 뇌출혈로 쓰러졌다.
구제역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공무원은 매몰 처분 작업을 강요당하고 있다.
육체적 피로감은 물론 환청에다 수면 장애, 식욕 부진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구제역이나 이번 AI나 예방 차원에서 위험지역 가축의 매몰 처분을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론에는 위기감을 조장하지 말라고 한다.
`예방적 매몰 처분`이란 예외 없는 원칙을 강요하는 중앙정부가 축산농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고뇌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고심해봤는지 묻고 싶다.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리면 주변 사람도 가금류처럼 `예방적 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일부의 `섬뜩한 항변`이 아니더라도 이번 AI 사태를 계기로 예방적 매몰 처분이 능사라는 중앙정부의 1차원적 사고를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