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복잡한 기준과 서류는 여전히 기초생활수급 신청자들에게 높은 벽이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개별 부처에 수급자 선정 재량권을 위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선정 기준과 신청절차, 이의신청 과정 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한 A씨는 예상치 못한 거절에 당황했다.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공개동의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단절된 상태였던 그는 사회단체 상담을 통해 겨우 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끊긴 경우 행정기관에서 확인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난 후에도 결과 통보가 오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신청 이후 14일, 사유가 있는 경우 최대 30일 안에 신청 결과를 서면 통보하게 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던 것. A씨는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나서야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수급 신청이 여전히 `미접수` 상태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부실한 현장조사로 인해 사각지대로 떨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남편의 폭력으로 30년 전 집을 나와 음식점 주방일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B씨는 50대 중반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이 심해져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폐지를 주워 일세를 내며 쪽방에서 생활하던 그는 병세가 악화돼 방값을 내지 못하게 되자 지난 2012년 월세지원과 수급신청을 진행해 일반수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2월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로능력판정 조사를 진행한 결과 B씨는 `조건부 수급자`로 변경됐다. 글을 제대로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비문해자`였던 그가 관절염 치료를 계속 받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활센터에서 진행하는 자활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획일적인 잣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장애등급 조정으로 수급탈락을 우려한 한 가장이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간질 질환을 앓고 있던 C씨는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 재판정에서 `판정 외` 처분을 받아 장애등급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당시 지자체와 연금공단은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싸우기도 싫고 스트레스 받기도 싫다. 억울해서 못 살겠다. 잘못된 제도를 고쳐 달라"는 말을 유서에 남기고 떠났다. 현재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누락되는 등의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대략 415만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기준 61세 이상 수급신청자 중 부양의무자기준 초과로 탈락한 비율은 40%였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정보전달이 제대로 안 돼서 그렇다고 하는데 죽기 전에 다 알아본다"며 "굶어 죽을 것 같은데 왜 안 찾겠나. 안 되니까 자살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 소장은 "다차원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은 강도가 세지만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재산 형성을 못 하게 되고 그러다 아프게 될 경우 급격하게 추락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걸려들게 된다"며 "이러한 빈곤위험계층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부양의무자의 소득 증대 등 실질적인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제도상 수급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일방적으로 중지 통보를 할 게 아니라 최소한 2~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는 등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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