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경 / 시인, 치과의사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겨우 17살의 소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그의 조국 러시아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88 서울하계올림픽에서 복싱 라이트급 우승자인 박시헌처럼비난과 조롱의 세월이 지루하게 펼쳐지지 않기를 기원한다.만일 은메달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조기 은퇴 하지 않고 알차고 값진 삶을 펼쳐갔을 박시헌에게, 저주의 금메달을 안겨준 가해자인 그때 심판과 관련자들은 사과 한마디 했을까? "시헌아. 네가 자살을 생각할 만큼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지나고 보니 은메달도 충분히 영광스러운데." 라고.그때 그 금메달 하나 때문에 다른 많은 한국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빛바랬음은 물론, 지구상에서 우리 중 일부를 제외하고 세계 4위 했던 대한민국을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림픽 역사에서 오욕의 기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소치에서 긍휼한 금메달을 목에 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미래의 삶이 염려스럽다.물론 다음이나 다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또 딴다면 면죄부를 받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신의학자의 소견에 의하면 외도[外道]와 남의 것을 탐하는 도둑질은 대도 조세형처럼 매우고치기 힘든 병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나서서 어린 소녀에게 도둑질을 해주고 박수까지 쳐주니, 세상을 잘못 배운 그 소녀의 미래가 명약관화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차라리 전장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가훨씬 의미 있고 충분히 영광스러울 것이다.
김연아와 견주어 가장 근접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정상급의 선수로 군림해 온 아사다 마오는 세계선수권을 2번이나 제패하였지만, 은메달을 땄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패배를 결코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결과, 철저한 자기검열에 의한 마음평정심을 찾지 못한 마오는 소치대회 쇼트 게임에서 자신도 모르는 큰 실수를 하고난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맘을 텅 비운 프리 게임에서는 자신의 생애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고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비로소 소치에서 아사다 마오는 지난 경기 밴쿠버올림픽에서 딴 은메달의 진정한 가치를 알았고 제대로 느끼지 않았을까.
개인 간 능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나, 그 차이가 미래에 펼쳐지는 모든 삶을 좌우할 수는 없다.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다른 이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장점을 찾는 자신과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면서 아울러 자신의 단점도 격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허영, 교만, 가식을 면피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김연아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수상자로 확정되자, 대한민국 여론이 무색할 만큼 러시아 밖 서방언론들과 피겨 전문가들이 더 앞장서서 판정 의혹을 제기하였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국영방송 해설자로 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결과가 바뀌지 않더라도 토론 없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사실상 금메달리스트는 김연아"이므로 올림픽 2연패 이상 챔피언들이 가입하는 `리피트 클럽(the repeat club)`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였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소치에서 김연아가 연기한 쇼트 프로그램 음악이다. 경기 후 김연아는 인터뷰를 통해 “끝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며“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출전하는데 더 의미가 있고, 은퇴경기를 실수 없이 마쳐 만족스럽다"며 웃어 보였다. 상상하지 못할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이겨내고도 결과에 연연치 않는 그 웃음은, 먼 옛날 아주 높은 도력을 가진 노승에게서나 봄직한 해탈의 미소였다.
세상은 기울기와 흠집으로 굴러가지만, 존엄성으로 공존하며 비교적 합리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쓴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보여준 많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갈등에 대해 당장 명쾌한 해결책이 없다하더라도, 그것을 풀어가는 접근방식에서는 인내를 갖고 합리성을 도모해야함을 일깨워주었다.
행복에는 방정식이 있지만 불행은 이유 없이 제각각이란 말이 있다. 거리조정이 잘못되어 어긋날지 모르는 사랑, 그 거리는 얼마나 될까. 너무 가까워져도 너무 멀어져도 안 되는 우리 사랑 삶의 등거리 방정식은 어디쯤 있을까.너무 자주, 너무 오래 쳐다봐서 두 눈이 겹쳐진 외눈박이 사랑이 되지 않도록어린 아이 천진한 웃음이 바로 해탈의 미소임을 잠시라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