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금식`이라는 의료계의 오랜 금기가 깨질 전망이다. 12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수술 전 금식을 하는 이유는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 중에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기도를 폐쇄해 질식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금식은 이 같은 위험요인을 막기 위해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선택해 온 방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정규환 교수팀은 수술 전 음식물 섭취가 질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수술 전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 섭취의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건강한 성인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보충음료 복용 뒤 위 배출 평가를 시행한 것이다. PET-CT를 이용해 탄수화물 보충음료 음용 직후부터 시작해 30분간 위 부분을 연속 촬영하고 음용 후 2시간에 한 번 더 촬영해 정량적인 방법을 통해 위 배출의 정도를 평가한 결과 99.6%가 배출됐다. 이는 수술 2시간 이전에 음용한다면 실제 폐흡인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또 소아환자 30명을 대상으로도 준비조사(pilot study)를 시행했고 이들을 대상으로는 불안수준(anxiety level)을 체크한 결과 공복감이 줄어들면 불안감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환자의 대사 및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술 후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를 추가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정규환 교수는 "수술 전 길어지는 금식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면 환자의 불편함도 덜고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뒤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위한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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