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으나 경찰 수사는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경찰 수사본부는 지금까지 100여 명을 소환하고 관련 업체 5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성과를 낸 듯하지만 실속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체육관 건축허가 과정에 공문서를 변조한 혐의로 마우나오션 측의 오 모(46) 씨를 사법처리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검찰 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사건을 완결하는 데 선결과제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도 사고의 원인이 눈 때문인지 부실한 설계·시공이나 관리소홀 탓인지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사과학연구원과 강구조학회의 감정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수사의 속도를 내야 할 때이다. 반면 업체와 유족들 사이에 큰 마찰 없이 합의가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혜륜(18·부산외대 아랍어과) 양을 비롯한 많은 희생자의 유족들이 보상금을 장학금이나 사회 기부금으로 내놓는 등 아름다운 소식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위로를 받아야 마땅한 분들이 되레 우리 사회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절망 속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는 듯하다. 이번 사건은 수사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부상자들의 상처가 여태 아물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현재진행 형이다. 아직도 8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개중엔 사경을 헤매는 사람도 있다. 300여 명의 학생이 심리치료를 받는 등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생존자도 적지 않다. 부산외대 측은 이들을 위한 집단 정신치료에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우나리조트 참사의 아픔과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