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무기 얘기에 국민들은 또 놀랐다. 군의 식재료에서 전차, 헬기,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시험성적서 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비리와 연관된 납품업체만 241곳, 위·변조한 성적서는 2749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7년간 납품된 군수품을 전수조사한 결과다.범죄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무기 면면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 시험성적 조작은 육군 K-2 차기 전차, 최신예 수륙양용 K-21 장갑차, K-9 자주포 등 기동·화력 장비에서 많게는 수백건씩 이뤄졌다. 공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력 전투기 KF-16에서 브레이크 디스크가 불량 부품으로 채워졌고,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부품 8건도 시험성적이 조작된 불량이었다. 해군 차기 수상구조함의 구조펌프 등 함정 부속품 역시 성능 조작이 이루어졌다. 나라를 지키는 핵심 무기들이 줄줄이 불량부품으로 채워진 것이다.함량 미달의 부품으로 무기를 만들면 성능과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불량 부품 하나로 인해 전투기가 추락하고 포탄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실제 그런 일은 숱하게 일어났다. 4년 전 K-21 장갑차가 기동훈련 도중 펌프 고장으로 인한 침수사고로 타고 있던 장병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에는 해병대 K-9 자주포는 절반이 고장으로 대응사격에 나서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에 위·변조 범죄의 표적이 된 무기들이다. 이런 불량 무기로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더 한심스러운 일은 1981년 국방기술품질원이 생긴 이래 32년 동안 무기부품 검수를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해 원전 시험성적 조작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해 작년 11월과 이번에 연이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발표 때에는 “위·변조 부품이 무기 성능에 지장을 주는 핵심 부품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이한 인식이 묻어난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니 시험성적 위·변조가 이어졌던 것이 아닌가. 국방기술품질원은 어제 “정상 부품으로 모두 교체하겠다”고 했다.부품 교체도 중요하지만 사태 재발을 막는 일은 더 중요하다. 무능·무책임의 극치를 보인 군수 책임자부터 문책해야 한다. 하청 납품업체의 관리를 방임한 방산업체와 공무원의 유착 의혹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북한은 며칠전 밤을 이용, 25발의 단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북핵, 중·일 군비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국방부가 내놓은 국방개혁기본계획도 이런 안보 현실에 대한 대응책이다. 국방개혁보다 시급한 과제는 내부의 무너진 안보의식을 바로세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