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갑 / 교육전문가     지방교육자치제도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제도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도교육청을 두고, 시·도의회에는 교육·학예에 관한 의안과 청원 등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교육의원으로 구성된 교육위원회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원은 지난 2010년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따라 오는 6월 30일이면 폐지된다. 이는 교육행정을 집행하는 시·도교육청과 교육감을 두면서 견제 기구인 교육의원제도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를 놓고 "대통령은 있는데 국회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교육의원제의 변천 과정을 보면 정치적인 변화 과정과 궤를 같이해왔다. 과거 1, 2공화국 때는 교육의원을 선출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시·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1991년 시·도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기구로 부활했다.이런 변화 과정은 교육의원제도가 정치적인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 이후 부활한 제도라는 점을 보여 준다. 결국, 교육의원제도의 폐지는 단순히 교육자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지닌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그간 교육 현안을 놓고 자주 대립해 왔던 교총과 전교조가 손을 맞잡고 연일 기자회견을 하고, 거리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위기에 처한 교육자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정치 민주화가 이룬 교육자치를 후퇴시킬 수 없다는 뜻도 있다. 교총, 전교조, 한국교육의원총회, 교육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6일부터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10일에는 서울 중구 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원 일몰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이들 단체는 교육의원 일몰제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원칙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감의 법 집행을 전문성을 지닌 교육의원이 견제하는 기능을 하지 못해 권력 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물론 학교 교사와 정치권 상당수는 교육의원제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학교 현장 교사들은 각종 자료제출 등을 요구하는 교육의원에 대해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또한 선거법상 현직 교사가 사직하지 않으면 출마하지 못해 퇴직 교장이나 교육 관료를 위한 자리 아니냐는 비판도 한다.정치권은 시·도의회에 교육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데 굳이 교육경력이 있는 자로 자격을 제한해 교육의원을 별도로 선출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또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에 비해 훨씬 더 넓은 선거구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표의 등가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하지만 학교 현장과 정치권이 제기하는 교육의원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운영 행태를 개선하거나 현직교사 출마 허용, 교육의원 정수 확대 등을 통해 조정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반면에 오는 21일부터 시도 지방자치의원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교육의원제도 폐지 여부는 당장 결론을 내야 한다.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활동기간을 연장했지만, 교육자치의 골간인 교육의원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속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교육자치제는 정치·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해왔다. 교육의원제의 유지 여부는 교육자치제의 존폐와 정치 민주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교육자치제를 논의하고 있는 국회가 교육자치제의 발전이 정치 민주화 이룬 성과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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