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규제개혁 토론회가 열려 국민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지나칠 만큼 완고한 정부 규제로 인해 쌓인 애로와 고충을 증언했고, 정부 규제를 `원수·암 덩어리`로 표현해 온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후 일정을 싹 비운 채 끝장토론을 하자며 참석하는 등,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박 대통령의 장담을 선뜻 믿지는 않을 듯하다. 정권 초기 상당부분 규제가 사라지지만 정권 말기에는 다시 원위치가 돼 버리는 역대 정부 사례를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 될까 하는 반신반의 심정이 보편적일 수도 있다. 총 1만5269건에 달한다는 중앙정부 규제 중 10%에 가까운 1100개 규제를 당장 올해 안에 줄이고 2016년까지 전체의 20%를 줄이기로 한 어제 토론회 결과 인상적인 내용도 적잖다. 전체 규제의 12%에만 적용된 일몰제를 박 대통령 임기 안에 50%까지 늘리도록 하는 한편 영국에서 성공했다는 규제비용총량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 등이다. 일몰제는 규제를 적용하는 시한을 미리 정해 시한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이고, 규제비용총량제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 경우 기존 규제는 폐지함으로써 기업과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 규제비용총량제를 처음 시행한 영국에서는 그해 상반기에만 32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고 한다. 규제개혁이 역대 정부 말기때 마다 원위치로 돌아가는건 해당 공직자들 때문이다. 공직자들에게 규제가 사라진다는 건 권한축소를 의미하고 조직 축소 혹은 폐지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격무와 과로를 호소하면서도 스스로 규제를 없애는 경우는 없다. 때문에 연말에 부처별로 규제개혁 실적을 공개키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사후 감사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하겠다. 공무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규제개혁에 앞장서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몇년후에는 원위치 되는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