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미혼모자보호시설에서 산모가 간호사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면 인권침해"라며 "해당 시설 소재지의 시장과 구청장에게 시설에 대한 행정지도와 향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인권위에 따르면 A시설은 간호사에게 법인 회계직 업무를 겸직시키고, 출산을 앞둔 미혼모와 태아에 대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병원 응급이송을 지체하는 등 사회복지시설로서의 보호책임을 소홀히 했다. 임신 23주째에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의 기본생활지원형 A시설에 입소한 이모씨(31·여)는 "당시 양수과다증과 조산위험이 있어 정밀초음파 검사를 요청했으나 시설측이 검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또 태아를 사산하기 전날과 당일에 복부통증과 출혈이 있어 산부인과에 가자고 했으나 신속히 데려다 주지 않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시설 원장은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25주 이상된 산모에게는 정밀초음파 검사가 소용없다고 했다"면서 "사산 전날에는 이씨가 통증을 호소해 직접 상담했으나 통증이 사라져 괜찮다고 해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사산 당일에는 이씨가 서두르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다. 만약 응급상황이었다면 구급차량을 불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결과 A시설은 이씨와 간호사간의 상담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 특히 전문 간호사가 아닌 직원이 그 동안 시설운영 경험에 의존해 사산전 통증이나 출열을 인지하고도 산부인과 진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인권위는 "미혼모자가족보호시설이 산모에 대한 안전분만과 태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한부모가족지원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법인이 자격을 갖춘 간호사를 임명하고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했고, 조산위험이 있던 산모에게 통증과 출혈 증상이 나타난지 2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간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씨와 태아의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인권위는 태아의 사망 시기와 원인을 알 수 없어 A시설의 업무소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7조에 의거, 이씨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