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뉴시스 논설고문친구 = 성공했군. 성공했어. 보기보단 머리가 좋아! 노이즈마케팅으로 또 한 건 했어!나 = 누구 이야기야? 누가 보기보다 그렇게 머리가 좋다는 거야?친구 =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정청래씨 이야기올시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둥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자기 홍보에 성공한 거지. 나 = 본인은 합리적인 의심이라는데?친구 = ‘합리적인 의심’ 좋아하네. 정청래 주장의 근거가 뭐야? 무인기에 새겨진 글자가 우리나라 서체라는 거? 천만에, 북한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서체를 쓰고 있다고. 무인기가 북한서 날아오려면 연료통이 5㎏은 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 무게 연료통을 달기엔 이번 무인기가 너무 작다는 거? 그것도 국방부가 명쾌히 반박했잖아. 누가 더 합리적이야? 정청래야, 국방부야? ‘합리적’이라는 말만 붙이면 무조건 합리적인 게 되냐? 나 = 국회의원의 정당한 질문이라고 그랬어. 친구 = 정당한 질문? 웃기네. 중앙일보 사설 못 봤어? 한글서체가 발견됐다고 해서 무인기를 우리 쪽에서 날려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면 “일제 카메라를 달았으니 일본에서 날려보내고, 체코제 엔진을 썼으니 체코에서 날려보냈다는 말인가”라고 썼잖아. 이 정도도 생각 못하고 마구 내뱉어놓고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질문이라고 하니 말이 되냐? 국회의원이라면 더 신중하게, 이모저모를 여러 각도에서 검증해보고 그래도 의심이 가면 그걸 질문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 = 자기는 북한제가 아니라고 단정한 적은 없다고 하더군. 발뺌이지?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말이야.친구 = 원래 그런 전략일 걸. 노이즈마케팅이 그런 거지. 우선 시끄럽게 해서 주목을 받은 다음, 여론이 아주 나빠지기 전에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거지. 원래 그런 목적이 아니었다, 의도와 달리 일이 받아들여졌다는 둥 그런 식으로 출구전략을 쓰는 거야.나 = 그 사람 이번 발언이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키려는 북쪽을 도와준 셈이라던데?친구 = 그런 깊은 생각을 했을 것 같진 않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만 의도적인 건 아니었겠지. 그럴 의도였다면 그건 국회의원이 아니라 간첩이지. 간첩이 대놓고 그런 일 하겠냐? 너도 정청래가 간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 이번에 떠들어 대는 건 그냥 자기 이름 팔려는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한 거야. 나 = 자기 이름 팔아 뭐 하게? 웬 만큼 알려졌잖아? 정청래 그러면 아는 사람 많잖아. 나꼼수가 한창 떠들어댈 때도 정청래 이름도 뜨지 않았어? 무슨 신문사 논설위원과 맞짱토론하다가 엄청 혼나기는 했지만 말이야. 친구 = 언론은 싫어해도 언론 타는 거 싫어하는 정치인은 없지. 회의장에서 졸다가도 카메라만 들어오면 눈 부릅뜨고 괜히 호통치는 게 정치인들이지. 근데 이 사람은 카메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문제를 일으켜 카메라가 오도록 하는 거 같아. 한 번이라도 더 나가려고. 무슨 중독에 걸렸나….나 = 이번 노이즈마케팅은 성공한 것 같지? 안 그러냐?친구 = 이름을 내는 데는 성공했겠지만 ‘억지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으니 전체적으로는 실패일 걸? 여배우들도 인기가 떨어지면 영화에서 옷 벗는 것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하지. 하지만 처음엔 호기심을 끌지만 자꾸 벗으면 ‘쟤는 벗는 거 밖에 할 줄 몰라’라는 말 듣잖아. 정청래도 그런 것 같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거야. 자꾸 같은 짓 하면. 나 = 그렇다면 머리가 좋은 게 아니지. 나쁜 거야. 좋다면 잔머리만 좋은 거겠지. 그런데 그 잔머리 때문에 나라가 너무 시끄러워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