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계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조치가 점철된 완전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온 국민의 억장이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어 안타깝기만하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열일곱 어린것들이 채 피어나지 못하고 차디찬 바닷속에서 주검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식 같아 가슴을 저미는 슬픔과 아픔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기본이, 또한 매뉴얼이 얼마나 지켜지지 않았기에 온 국민이 이같은 참사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 조차 싫은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 인간이하의 몰염치에 대해선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또 손살같이 달려와 구조하고 사고현장을 장악하기는커녕 사고처리를 사실상 정신나간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맡긴 듯한 해양경찰의 조치도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승선인원과 구조·실종인원 파악에서조차 거듭 갈피를 잡지 못한 대책본부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은 신속하게 업무를 분담하고 일사분란하게 수습하기보다는 갈팡질팡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만 연출했다. 대통령이 300㎞나 떨어진 현장에 달려 가서야 겨우 일하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의 거센 분노에 결국 대통령도 격노하고 말았다.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우리는 수십, 수백 명의 생명을 한꺼번에 잃는 대형 참사를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데도 정부의 대응 시스템은 얻은 교훈 하나 없이 그대로라는 점을 재차 확인해야 했기에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며칠 지나면 사그라질 게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에 뿌리깊게 남을 게 명백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참사를 겪어야 온전하게 대응을 하는 나라로 바뀔 수 있겠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번 사고 이후 어린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어른들 말을 들으면 안된다고. 배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져 침수되기 시작하는데도 선실 안에서 기다리라는 지시에 따른 학생들 대부분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상식,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으니 어린 학생들이 기성세대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다. 어린 학생과 엄마들,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달리 길이 없다. 국가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