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성 / 사회팀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나라가 침통하다. 수백 명의 승객들을 가라앉는 배에 놔둔 채 먼저 배를 탈출한 세월호 선장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태에 한국 국민은 물론 외신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세월호 참사는 캡틴의 덕목에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 한 이후 이 같은 행동은 하나의 전통이 되었지만 세월호 선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선장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그러나 스웨덴의 한 대학 연구진이 지난 1852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30개국에서 일어난 해상 사고를 분석한 것을 기초로 한 연구에서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목숨을 우선으로 구해야 한다`는 전통은 다수 해상사고 시 지켜지지 않고, 타이타닉 사고 등 일부 사고에서 여성, 어린이 승객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존한 것은 선장의 책임감 있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타이타닉호 선장이었던 에드워드 존 스미스는 승객 중에서 어린이, 여자, 남자 순으로 배를 탈출토록 했고, 총으로 공포를 쏘면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게 했으며, 배와 운명을 함께 하는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보였다.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마지막 말은 그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고자 고향에 세운 동판에 새겨졌다.세월호 선장이 타이타닉호 스미스 선장의 절반만 됐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지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더욱 막막하다.그렇다면 참사 뒤 국가와 정부 기관의 캡틴으로서 한국 정부 관계자의 대처는 과연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초기 대응에서부터 구조 작업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승선 인원도 다섯 차례나 바뀌었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심지어 사고 현장 기념사진 촬영에서 애도시, 술자리 논란까지 적절치 못한 행동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선장, 해운사 등의 책임도 물론 묵과할 수 없지만 이번 참사의 최대 문책 대상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다.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냉정한 이성과 책임감을 보이는 것은 물론 조직 구성원의 감정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 역시 캡틴의 덕목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특권을 거부하는,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역대 가장 사랑받은 교황이 됐고, 가톨릭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사람들 틈에 끼여 만두를 먹는 등 인간적인 행보로 다수 중국 국민을 열광하게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군중과의 소통과 감정 공유를 잘하면서도 `쇼`같지 않은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점이다.국내 정계에도 `눈물의 정치학`이라는 학문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여성 대통령으로서 가족과 만나 위로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면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국민들의 침통함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초기 수습 과정에서의 잘못된 대처는 당연히 질책받아야겠지만 앞으로는 국민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책임감 있게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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