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물이 선과 악 양면을 같이 가지고 있지만, 특히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는 찬사와 악마가 준 선물이라는 악평을 동시에 받고 있는 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불행을 함께 가져다준 것으로 술에 견줄만한 것은 드물 것이라 여겨진다. 경찰관의 관점에서 늦은 시간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지구대를 점령한 취객을 볼 때 우리 국민들은 악마의 선물일 수 있는 술과 참으로 가까운 벗인 것 같다.그 중에는 특히 술과 몹시 가까이 지내며 술에 취하면 귀가를 서두르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지구대로 찾아와 소란을 부리는 취객이 여럿 있다. 그들 중 자기가 낸 세금과 공무원의 월급과의 상관관계를 운운하며 경찰관에게 호통을 치는 취객은 아직 애교스런 술주정꾼에 불과하고, 이에 더하여 지구대 사무실에서 고함을 지르며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경찰관 모욕형, 순찰차나 지구대 사무용품 등을 파손하는 공용물 손괴형, 더 나아가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주취 폭력형까지 그들의 유형은 TV속 예능프로그램만큼 버라이어티하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그들의 행태는 제각각이지만 소란의 원인이 술에 취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작년에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여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에 대하여 벌금 상한을 60만원까지 크게 인상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에서도 주취소란, 난동행위에 대하여 엄정 대처 원칙을 정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취객의 이런 난동, 소란행위를 범죄로 보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하지만 취객의 관공서 소란 행위는 술김에 한 실수로, 한번쯤 눈감고 넘어가줄 수 있는 실수로 치부할 일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야간 지구대 경찰관들은 취객의 실수를 제지하고, 처리하느라 경찰력의 상당부분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취소란, 난동행위가 단지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야시간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경찰력의 유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늦은 밤 강·절도 등 각종 범죄예방을 위해 순찰을 해야 할 경찰관들이 취객들을 제지하고, 달래서 귀가시키는데 시간과 인력을 허비하고 이는 곧 치안공백으로 나타나 그 피해는 선량한 국민들이 입게 된다.이제 더 이상 주취자들의 소란, 난동행위를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써야 할 귀중한 경찰력을 더 이상 주취자들의 뒤치다꺼리에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주취소란행위를 취기에 한번쯤 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닌 마땅히 법률에 정해진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법행위로 인식하도록 우리의 의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주취소란행위는 공권력을 위협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험하게 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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