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평화와 인권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대구 위안부 역사관)` 건립현장을 찾은 대구지역 위안부 피해자 이수산(87)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이날 대구 위안부 역사관 `터 잡는 날` 행사가 열렸다. `터 잡는 날`은 착공식을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지난 2009년부터 시민단체의 주도로 건립이 추진된 대구 위안부 역사관이 이날 첫 삽을 뜨게 됐다.또 이날은 3년 전 위안부 피해 배상문제를 방치한 정부의 행태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역사관은 오는 12월10일 `세계인권의 날` 개관할 예정이다.이수산 할머니는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사관을 건립할 수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정을 모아 역사관을 짓는다니 매우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앞서 지난 2009년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을 비롯한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역사관 건립을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추진위원회는 정부와 대구시에 역사관 건립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뒤 시민모임은 2012년 12월 자체적으로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이어 역사관 건립을 위해 지난해 1월 대구 중구 서문로의 일본식 상가건물인 `창신상회` 건물 일부를 사들였고 올해 3월 추가로 건물 전체(214.45㎡)를 매입했다.굳이 일본식 건물을 위안부 역사관 부지로 택한 것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에서다.시민모임은 건물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기능을 보강하고 내부를 전시공간에 맞게 꾸미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한 뒤 지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유품과 작품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건립 예산은 모두 12억5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순악 할머니의 유산 5000만원과 여성가족부 보조금 2억원, 자체 모금 7억원 등 모두 9억5000만원을 모았다.하지만 아직 3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시민모임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속 모금활동을 통해 나머지 비용을 모을 예정이며 대구시나 중구청 등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아픔의 역사를 후세에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던 중 역사관 건립을 결정했다"며 "이날 첫 삽을 뜨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대구지역 일본군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는 "그동안 역사관 건립을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도움을 청했다"며 "드디어 역사관을 짓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역사관 건축설계를 맡은 석강희 ATF건축사무소 소장은 "아직 풀리지 않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마음으로 건물 내부의 기능을 하나씩 채워가면서 공사를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