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요양병원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인 결과를 보면 요양병원들의 교활한 장삿속에 속아 정부가 혈세를 낭비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전국의 1,265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불법 행위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10%가 넘는 143개 병원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됐고, 394명이 검거됐으며 11명이 구속됐다. 당국의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요양급여가 탁상행정으로 일관된 때문에 가능했던 범죄들이다.경찰청 수사로 드러난 범죄수법을 보면 당국의 요양급여를 먹잇감으로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사가 한의사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를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14억 2,000만 원을 챙겼는가 하면 웨딩업자와 건설업자가 의사를 고용해 사무장 병원을 차려놓고 돈벌이 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요양병원 평가등급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이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미는 고전적인 수법을 비롯해 사망환자의 사망시간을 하루 늦도록 조작해 장례식장에 더 안치하는 대가로 장례식장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신종수법도 개발됐다. 환자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노숙인을 유인해 병원에 입원시켜 요양급여를 수령하다가 퇴원을 요구하자 노숙인을 아예 폐쇄병동에 감금해 숨지게 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는가 하면 허가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뇌물수수까지 자행됐다.요양병원을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이라고 홍보, 입원할 필요가 없는 암환자들을 장기간 입원시켜 놓고 소화제와 감기약 외에 특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요양병원도 있다. 한 사람이 2개의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 돌리기` 등을 통해 500억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하는 지능범도 등장했다. 사기꾼을 뺨칠 수법의 요양병원들로 인해 902억 원의 요양급여가 줄줄 새나갔다.요양병원 비리는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을 악용한데 지나지 않는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1999년 700여 곳이던 요양병원이 지난해에는 1200 곳으로 급증했다. 비리 요양병원 운영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직무를 태만한 담당 공무원들을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리고 상급자에 대해서도 관리책임을 물어 향후 관직에 영향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정부예산은 그야말로 국민들의 피와 같은 세금으로 이뤄진 것이다. 요양원 비리를 근절하려면 공직자들의 기강해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