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의 송전탑분쟁과 관련해 현지 경찰서장이 반대측 할머니 7명에게 1700만의 돈봉투를 전달한 것이 동티가 났다. 많게는 500만원까지 이르는 금액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경찰서장이 부하 직원들을 통해 전달했다고 하니, 전무후무한 일이고 한전의 일에 경찰이 끼어 든 것 자체도 해괴한 일이다. 한전 직원에게 돈을 건네받아 대신 전달했다고는 하지만 경찰서장이 돈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데 실망을 금치 못한다.경찰서장에게 선뜻 돈을 내놓은 한전의 처사도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돈으로 반대 의견을 무마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설사 해결된다고 해도 일파만파의 부작용이 빤한 일이다. 자칫 돈으로 반대 의견을 매수하려 든다는 오해만 줄 뿐이다. 이번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에게 병원비와 위로비 명목으로 돈봉투를 전달한 것이라고 하지만, 언제부터 그런 온정어린 배려까지 하게 됐는지 코웃음이 나올 따름이다.문제가 드러난 만큼 돈의 성격이나 출처에 대해 명백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한전 지사의 한 직원은 “개인 계좌에서 돈을 출금해 경찰에 건넸다”고 말한 반면, 다른 직원은 “사무실에 있던 현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전 직원들이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사비를 줬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며 “출처 해명도 엇갈리는 만큼 한전 본사의 자금인지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비자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현희 청도서장이 이미 직위가 해제된 상태에서 감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지만 한전 쪽에 대한 정밀조사도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송전탑 분쟁 현장에서는 경찰이 공정한 입자에 있지 않고 한전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는 불평이 비등했다. 기업에 돈을 요구한 경찰과 선뜻 돈을 내 준 한전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도 밝혀야 한다. 송전탑을 둘러 싼 보도를 보면 다수의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연행되는 등 거듭되는 송전탑 갈등에도 한전과 경찰은 제대로 된 갈등 해소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힘과 꼼수, 변칙으로 일관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모습이 공공연히 벌어져도 정부의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묵인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돈봉투사건을 계기로 송전탑문제에 대한 국회차원의 조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