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법안 처리를 미룬 채 정쟁에 휩싸여있는 정치권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대통령 연애`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야당 의원을 겨냥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공격하는 한편 법안 처리를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세비 반납`까지 거론하며 책임추궁을 매우 강하게 하고 나섰다.정치권이 당리당략과 정쟁에만 골몰하는 탓에 국민을 위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되레 국민의 부담만 되고 있는 현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이상 늦게 전에 정치권, 국회가 국민을 위한 입법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사안별로 줄곧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드러냈다.정치권의 `태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된 민생법안들을 들어 "국민을 대신해서 선택받은 국회와 정치권에선 제 기능을 찾고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거나 "온 국민이 하나가 돼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국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박 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는 실종되고 민생도 경제도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만약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발언했다.박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활성화와 민생경제를 위한 법안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이처럼 국회의원의 세비까지 거론하며 비판, 주목을 끌고 있다.국회 `태업`으로 각종 법안 처리가 안돼 국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의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경제회복은커녕 국가대개조 작업 등도 진행할 수 없어 결국 국정전반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더욱이 그동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당내 문제로 혼란을 겪게 되면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당장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을 미뤄둔 채 자중지란에 빠진 야권의 상황 등을 통해 그동안 정치권이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대신에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바람직한 정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하는 정부`와 `무능한 국회`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박 대통령은 `파산자의 원활한 재기를 위한 법제정비` 방안을 보고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정말 참 잘한 일"이라며 "이러한 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의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박 대통령은 또 새누리당에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까지 제출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세월호 사고 당시 자신의 행적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된 점을 들어 `연애`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언급한 야당 의원에게 일침을 놓은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보여온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사안에 직접 언급하고 나선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자신에 대해 원색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는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정치권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비판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