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중학생들끼리 싸웠다. 마지막 6교시 수업 종료 10분 전인 오후 3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집중력이 떨어진 시간, 교사는 유독 주의가 산만해진 학생에게 교실 뒤로 가 서있으라고 시켰다. 이 학생은 벌을 받으러 가면서 맨 뒷줄에 앉은 학생을 건드렸다. 앉은 학생이 짜증을 냈으나 선 학생은 계속 툭툭 쳤다. 자제력을 잃은 학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교과서와 볼펜을 집어던졌다. 선 학생은 그래도 약을 올렸고, 결국 주먹다짐으로 이어졌다. 이 다툼이 수업시간에 벌어졌다는 사실은 문제를 더 키웠다. 한 반 애들이 둘의 싸움을 말리느라 소동이 일었고, 선생님은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해졌다. 학생 선도기준을 적용하면 이 소년들은 ‘수업 또는 타인의 학습을 방해한 학생’, ‘교권을 침해한 학생’이다. 얘들은 수업방해와 교사지시 불이행 죄로 선도위원회에 넘겨졌다. 며칠 후 당사자들과 교사들 그리고 보호자(부모)들이 학교에 모였다. 회의, 토론회, 재판이 뒤섞인 듯한 현장이다.“싸움이므로 선도 대신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라는 가슴 철렁해지는 발언이 나왔다. “최악의 경우 학교장 추천전학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역시 겁나는 지적도 있었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장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각 또한 엄연했다. 사건과 별개로 “교과서를 안 가져온다”, “앞에 앉으면 열심히 공부하는데 뒤에 앉으면 장난만 친다”는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가 교사를 통해 보호자에게 전달됐다. 학생들은 반성했고, 어느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교사는 두 학생을 향해 “이 마음 계속 가져가야 해”라고 다짐을 받아냈다. 선도위원회는 그렇게 끝났다.이틀 후 두 학생은 선도위원회 교육적 조치 통보서를 받았다. ‘학교 내에서의 봉사 5일’ 처분이다. 불만스럽다면 ‘3일 이내 보호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명기됐지만 재심청구는 없었다. 선도위원회의 징계에는 교내봉사 외에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권고 정학 및 퇴학 등이 있다.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기기 전, 호미가 막아버렸다. 꽤 좋은 교육 시스템인 듯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