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로도 모자라 6개월 만에 성남 판교에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관람객 27명이 순식간에 20m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전형적 인재다. 사고는 야외에서 열린 인기 걸그룹 포미닛 공연의 좌석을 구하지 못한 입석관람객들이 환풍구덮개 위로 올라간 것이 원인이다. 환풍구 덮개를 지탱하던 철 구조물이 관람객 20여 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졌고, 결국 관람객들은 덮개와 함께 20여m 아래로 추락했다.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안전요원 부족이다. 인기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이라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안전요원은 관람객들의 무대진입을 막기 위한 10여 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는 단 한명의 안전요원도 없어서 환풍구를 오르는 관람객들을 제지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환풍구가 위험함을 알리는 `위험`표시 등 어떤 경고문도 없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전관리 원칙에 충실했으면 환풍구 위로 들어가지 못할 수 있는 차단장치가 설치됐을 것"이라며 "높은 위치에 있으니 설마 하는 생각으로 꼼꼼한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 정도의 배려는 많은 인파가 모여 들 것을 고려한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고 뒤 조사한 환풍구의 실체다.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휘청거리는가 하면 용접부위가 떨어진 곳이 많았다. 참사 요인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39개 부·처·청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도로·철도-교육시설·공사장 등 주요시설물 24만여 곳에서 총 4만4000여건의 안전관련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일제점검도 못 믿을 세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도 지겹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