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사는 필자는 9월24일부터 2박3일 간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BEXCO 제2 전시장에서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조규영) 등이 공동주최한 제13차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이번 대회와 유사한 기구인 세계한인무역협회(OKTA)가 2005년 9월 초 개최한 멕시코시티 대회 참석 때 큰 실익을 얻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 때문에 이번 한상대회 소식을 접하고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국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많은 중소기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고, 대회를 12번이나 치른 주최측이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으리라 믿고 필자의 비즈니스가 연중 가장 바쁜 성수기에 긴 여행을 결행하기로 결심했다.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출발한 캐세이퍼시픽 항공기는 곧장 북상하여 북극 상공으로 솟아오르더니 시베리아를 거쳐 몽골의 울란바토르 근처를 지나 남하, 중국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홍콩까지 갔다. 그곳에서 인천까지 물경 3시간 반, KTX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몇 시간이나 걸렸을까. 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사히 해운대 BEXCO에 닿을 수 있었다.
뉴욕 출신 30여명을 포함해 전 세계 45개국에서 간 재외동포 경제인 3000여명이 부산에 집결했다. 단상 위에서는 개회 선언, 대회사, 환영사, 축사 등 공식행사가 진행되었다. 여러 말씀(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내 경제인과 재외동포 경제인들이 모국 투자 활성화와 한상을 통한 수출이라는 공통분모로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구축되면 좋겠다, 둘째 지역벽, 업종별, 분야별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정보를 습득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셋째 250여개의 중소기업이 신제품, 아이디어 상품을 출품한 부스들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해당 국가에 많이 소개하면 좋겠다.
공식 행사 후에는 여느 행사처럼 XX 기관장이 주최하는 오찬, 만찬이 있었고 건배사 역시 빠지지 않았다. 물론 식장에는 주석단을 연상시키는 장(長)들만 따로 앉는 상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줄곧 하석(下席) 테이블에 앉아 있다 왔던 필자는 뉴욕행 귀향길 짐을 싸며 탄식했다. ‘아뿔사, 이번 귀국길은 실수였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행사장의 소품이었고 악세사리였다. 주최측의 소개 대신 경품을 건 개그맨 쇼에 손들고 올라와 알게 된 참석자들 가운데에는 지구 끝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구 반을 돌아 온 한상도 있었다.
9년 전 OKTA에서도, 이번 한상대회에 참석한 것도 “세계 각 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상들과 네트워킹”을 위한 것이었다.
개그맨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칵테일 파티를 열어 서로 돌아가며 인사를 할 시간을 준다든지, 테이블을 15분마다 로테이션시켜 인사를 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참석자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올려 지역별, 취급 품목별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계속 유대 관계를 갖게 하는 등의 시도나 노력이 없었다는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오직 주최측에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한국의 상품을 가져다 팔아달라는 주문이었다.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되었던 한상대회는 9년 전 OKTA 대회에서 한발짝도 진전이 없었다. ‘장사꾼’들이 모인 자리에 무슨 상석, 하석이 필요하단 말인가?
참석자들이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결해 주지 못하거나, 듣고 싶지 않거나,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겠다면 재외동포경제인들에겐 무용한 행사일뿐이다.
‘상의(上意)’만 전달하려거든 여행경비와 출장비를 지급하고 더 이상 바쁜 비즈니스맨들을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행사 전에는 참석하여 달라고 몇 번이나 연락이 오더니 대회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어려운 걸음 해줘 고맙다는 이메일 한 통 없다! 재외동포 경제인들은 조직과 자리를 보존하게 해주는 들러리가 아니다.
세계한상대회 유감
한태격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