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정보원 전·현직 직원들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국정원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재판부가 그동안 이뤄졌던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 관행을 직접 꼬집으면서 국정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수사기관이 간첩사건 수사에 대한 첩보 및 증거 수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대공수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48) 과장과 대공수사국 이모(54) 처장에게 각각 징역 2년6월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대공수사팀 권모(50) 과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48) 영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아울러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61)씨에게 징역 1년2월, `제2협조자` 김모(60)씨에게는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다만 불구속 재판을 받다 이날 실형이 선고된 이 처장은 범죄사실에 관해 치열하기 다투고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재판부는 권 과장의 일부 범행을 제외하고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국정원 직원으로서 더욱 엄격한 준법의식을 가지고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와 증거수집 업무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유리한 양형이유로 국정원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꼽았다.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공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외수집 자료에 영사확인을 받은 관행을 따르다가 범행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해외에서의 증거수집 관행`을 이유로 허위공문서작성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 영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돼 국정원 수사팀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입장에서 수사팀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재판부의 이같은 설명은 이들의 범행이 `잘못된 관행`에서 이어져 온 만큼 그동안 이뤄졌던 수사기관의 대공수사 업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최근 연이은 간첩사건 무죄로 인해 대공수사 업무에 자신있게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명에 비해 42.5%나 감소했을 정도다. 이번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불러온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최근에는 국정원 합동심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사건` 주인공 홍모(41)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 첩보 및 증거 수집 과정에서 용인됐던 불법적인 요소, 국정원과 검찰의 엇박자, 부실한 과학수사기법 등 대공수사에 많은 허점이 노출됐다"며 "수사기관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는 증거 조작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