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경찰공무원으로 입사해 처음 지구대 근무를 했었다. 처음 지구대 근무가 생소하였지만 오랜 기간 동안 경찰이 되고자 준비해온 만큼 열심히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고 첫 출근을 하였다.처음 주취자 행패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도착한 경찰관들을 보고 “X발놈들 저기오네.”라는 말부터 시작해 자초지정을 묻는 경찰관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욕설을 하는 주취자를 접했을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싸운 적도 없으며 욕설을 주고받을 일도 없이 생활해온 터라 사건경위나 관계자 진술을 듣는 것보다 나에게 내뱉는 욕설이 더 신경쓰이고 기분이 나빴다.시보근무 기간 동안 밤마다 이렇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으며 근무하는 것은 충격이었다. 경찰관에게 이유 없이 욕설하는 주취자들은 모욕죄로 체포하리라 생각도 했었지만, 그 사람을 체포하고 다시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또 다른 주취자에게 욕설을 듣는 일이 계속 반복될 뿐이었고, 지구대에서 체포된 주취자가 퍼붓는 욕설을 들어가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선배경찰관은 처음에는 욕설을 듣는 것이 화가 치밀고 때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하면서 꾹꾹 참다보며 시간이 지나면 한귀로 흘려버리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근무해온 것이 이제 8년이 다 되어가고, 나는 아직도 지구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여전히 야간에 신고를 받고 나가면 한번씩 출동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는 주취자들이 있다. 오랫동안 재직한 것은 아니지만 8년이란 시간이 지나자 예전 그 선배경찰관이 해줬던 말처럼 나 자신도 감정을 조절해 한귀로 흘려버리게 된다. 하지만 한번씩 욕설을 듣고 분을 참지 못할 때, 혹은 술에 취해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밀치거나 할 때에는 스스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간 술에 취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욕설을 들었기에 어쩌다 나 자신도 모르게 내가 한귀로 흘려버릴 만큼 변해버런 것인지, 내겐 처음에 충격이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게 바뀐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탄스럽다. 간혹 주취자들은 경찰관 월급에는 시민에게 욕먹는 값도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월급명세서의 어느 항목을 봐도 그런 항목은 없고, 시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너희들이 월급받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 역시 빠짐없이 납세하면서 누구한테도 욕설조차 내뱉은 적이 없다. 이제는 경찰관 개인이 이러한 욕설과 폭력이 발생 할 때마다 엄정하게 처단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특정 개인이 이같은 현실을 깨닫고 고쳐려고 노력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112(혹은 119)는 도움을 주기 위한 긴급전화라는 시민인식의 개혁이 절실하다. TV나 인터넷을 통한 지속적인 캠페인 영상 등을 통해 나 자신의 인권이 중요하듯 출동경찰관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홍보활동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 태 호 대구서부경찰서 평산지구대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