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11일에 실시되는 전국 농축수협산림조합장 동시 선거전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된 조합장선거가 ‘동시 선거’로 과연 불탈법 선거 풍토를 개선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본부장 채원봉)는 30일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공명선거 실천 결의대회 및 선거법 관련 특별 교육’을 실시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동시선거 대상 조합은 전국적으로 총 1360곳(농축협 1149곳, 수협 80곳, 산림조합 131개곳)이다. 이 가운데 대구는 25곳, 경북은 192곳의 조합(농협 161곳, 수협 10곳, 산림조합 21곳)이 동시선거 대상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원수는 대구의 경우 5만1172명, 경북은 44만6956명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조합장선거가 벌써부터 과열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조합장선거의 병폐는 돈선거이다. 과거에도 단위조합장 선거에서 ‘5억 원을 쓰면 당선이 되고 3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고 해서 ‘5당 3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심지어 출마자가 직접 경운기를 동원해 유권자인 조합원을 투표장소로 실어 나른다고 해서 ‘경운기선거’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합장선거가 과열을 보이고 있는 것은 농협장의 지나친 처우 때문이다. 4년간 고액연봉과 업무추진비가 보장된다. 지역유지로서 대접받고 조합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보니 당선되기 위해 금품살포-비방선거 등의 유혹을 받게 된다. 혼탁선거가 너무 심해지자 한 마을 주민 수십 명이 돈을 받을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우리 농촌은 조합장선거로 인해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조합장 선거과정의 상호 비방과 흑색선정 등 과열현상으로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법정다툼으로 반목하는 불행한 일도 빈발했다.
내년 조합장선거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 것도 그런 병폐 탓이다. 이미 조합장 선거와 관련 ‘돈 선거’ 신고제보 활성화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금품과 향응접대 행위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제도개선 단속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와 조합원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공명선거로 농민의 위상을 세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