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작은 정부가 자유, 나아가 경쟁 촉진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반면 발터 오이켄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정부나 기업이나 지나치게 큰 힘을 가지면 경제적 자유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일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기업 환경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대기업 그룹 때문이다. 기존 대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참여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까르푸다. 세계적인 유통업체로 유럽은 물론 중국, 중동, 중남미 곳곳에 진출했지만 한국과 홍콩에서는 쓴 맛을 봤다. 까르푸는 홍콩에서는 기존 업체들의 방해 때문에 뿌리를 내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홍콩 시민들도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의류업체 `지오다노`와 언론사 `넥스트 미디어`의 창업자 지미 라이(Jimmy Lai)도 그 중 하나다. 지오다노는 한국 시장에도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 라이는 90년대 말 온라인 유통업체를 시작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온라인으로 식료품 주문을 받아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이었다. 그는 식료품에서 전자제품, 사무용품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했다. 라이는 1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라이는 싸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의 경쟁자는 아시아 최고의 갑부 리카싱(李嘉誠) 청콩그룹 회장이었다. 리 회장은 홍콩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다. 그의 회사에서 공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홍콩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버스로 출퇴근하고, 슈퍼마켓에서 야채를 사고, 집에 들어가 전기를 켤 때마다 청콩그룹의 매출은 올라간다. 청콩그룹은 은행, 위성TV, 시멘트, 부동산 개발, 슈퍼마켓 및 약국체인, 전자제품 유통, 전기, 통신회사 및 호텔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터미널도 청콩그룹 산하다. 리카싱은 라이에 대한 응징에 착수했다. 자신의 슈퍼마켓 체인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팔을 비틀었다. 이들은 일제히 온라인 슈퍼마켓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 공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청콩그룹 계열사들은 넥스트 미디어 산하 언론사 광고를 중단했다. 청콩그룹의 방해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다. 홍콩의 주요 재벌그룹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로 큰 돈을 벌었다. 리카싱은 물론 뤼즈허(呂志和), 리쇼키(李兆基) 등 갑부들은 예외 없이 홍콩 곳곳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 부동산은 사업을 유지, 확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청콩그룹은 무선통신 서비스도 제공한다. 통신의 경쟁력은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곳곳에 기지국을 설치해야 만족할 만한 통화품질을 보장한다. 경쟁업체가 무선통신 기지국을 세우려고 해도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다. 청콩그룹의 견제로 좋은 장소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연히 통화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직선제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아야 한다. 서민들은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해도 사는 게 버겁다. 이러니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시커먼 불만을 토해낸다. 영국이 지난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후 대졸 신입사원의 소득은 연 평균 1%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 10여 년간 부동산 가격은 두 배나 뛰어올랐다. 대학을 졸업한 후 열심히 일하더라도 계층 상승은 꿈도 꿀 수 없다. 월급으로 월세를 내는 것도 힘들다. 피 같은 월세는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한 재벌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홍콩 사회는 내파(內破) 위험을 안고 있다. 근본 원인을 해결치 않으면 이런 시위는 언제라도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사회 안정이 무너지면 있는 자도, 없는 자도 패자로 전락한다. 우리도 사정은 간단치 않다. 과잉 규제는 성장의 질식을 가져온다. 부실 규제는 경제력의 쏠림을 부추긴다. 지나친 쏠림현상은 자유를 침해한다. 절묘한 균형을 위해 늘 고민해야 한다. 정문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