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또 한번 좌절하는 노숙인들에게 이 곳을 통해 자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마지막까지 그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스무평 남짓한 지하 공간에 마련된 공방에서 지난 7일 만난 김동욱(41) 동대구노숙인쉼터 소장은 노숙인들에 대한 애정을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을 ‘노숙인 자활에 목숨을 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이 임정만 공방대표와 함께 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한 모텔 골목에 자리잡은 이곳 ‘늘품공방’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 이곳에서는 서른 명의 ‘노숙인’들이 직원이라는 명패를 달고 목공예품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 대구에서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노숙인 자활기업이다. 김 소장이 노숙인들의 자활사업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2007년부터다. 20명의 노숙인들과 함께 경북 일대를 돌아다니며 ‘집수리 드림팀’이라는 인테리어 사업을 했다.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숙인들이라면 인테리어 사업에 쉽게 흥미를 붙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는 “노숙인들이 일을 하루 하고 나면 그날 밤은 술을 마셔야 하고, 다음 날에는 숙취로 아예 안 나오거나 도망가 버리니 공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한 번의 실패를 딛고 났더니 이번에는 자리가 문제가 됐다.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어렵게 건물을 구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인근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며 민원을 제기했다.이렇게 김 소장과 노숙인들은 3년 동안 3차례에 걸쳐 대구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어렵게 지금의 이곳, 모텔골목에 자리를 잡았다.김 소장은 “모든 노숙인 직원들이 스스로 제품을 만들고, 돈을 번 뒤 독립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들이 모두 방 한 칸 얻어낼 돈을 마련해서 쉼터를 나간 후 정직원으로서 공방으로 출·퇴근하며,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노숙인들이 ‘돈을 모은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는 “노숙인들은 보통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저축하겠다는 생각이 거의 없다”며 “특히 최근 늘어나는 2,30대 젊은 노숙인들에게 이런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동대구노숙인쉼터와 늘품공방을 오가는 노숙인들 중에는 20대가 더러 있다. 보육원 출신인 이들은 일거리가 없으면 하루 종일 쉼터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가끔 돈이 생기면 PC방에서 모두 날려버린다. 기술을 가르쳐 중소업체에 취직을 시켰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쉼터로 돌아오곤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김 소장은 “’노숙인들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이런 모습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그는 노숙인들을 달래고 얼러서 꾸준하게 작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런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지난 9월26일이다. 이날 늘품공방은 독도국제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독도 그림이 그려진 목제 명함꽂이와 독도 오르골 등 다양한 제품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김광석 거리에 자리잡은 가게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올해 매출 1000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수상과 매출 신장에 힘입어 늘품공방은 최근 장애인 목공예 체험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10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주로 6회차를 맞았다. 물론 노숙인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자신의 작품으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에 노숙인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열의도 높아지고 있다.김 소장의 내년 목표는 사회적 공익을 통한 수익창출이다. 수익창출을 위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 각오까지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지원금에만 매달리면 노숙인 자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정부에만 의존하고 있으면 노숙인들의 자활 자체가 요원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원금이 떨어지면 문을 닫거나 노숙인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자립에 필요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지원금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노숙인들이 한 기업의 정직원으로서 당당히 임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저희가 직접 나서서 수익을 창출해내자는 게 목표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