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CCTV 대부분이 가까운 근거리에서도 얼굴 식별이 힘든 저화질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피해자의 정보제공 요청 등에서도 학교 측은 대외비를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지난 14일 낮12시20분께 고등학생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안모(여·44)씨는 집 근처에 있는 정신과병원을 다녀왔다. 2년 전부터 ‘정신강박증’이 생겨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아들이 달서구 월성1동에 위치한 송일초등학교에서 당한 폭행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다.안 씨에 따르면 아들의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바로 폭행이 이뤄졌던 송일초등학교를 찾아가 인근에 있던 CCTV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안 씨에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얼굴식별이 불가능할 뿐더러 학교 대외비라는 것이 이유였다.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CCTV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안 씨는 이런 방법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안 씨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가 사람의 얼굴조차 확인이 힘든 저해상도라니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더욱 화가 나는 건 당시 학교 측이 보였던 무관심한 대응이다. 마치 알아서 하라는 이들의 설명에 현재 본인은 정신병까지 앓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상황은 최근 교육부가 제출한 학교 일대 CCTV 관련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8월 교육부가 제출한 ‘전국 시·도 교육청별, 학교별, 화소별 CCTV 설치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CCTV 13만1천109대 중 100만 화소 이상은 7천33대(5.4%)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대구지역 441개 초·중·고교에 설치된 CCTV 5천354대 중 100만 화소 이상은 179대로 고해상 비율이 3.3%에 그쳤다. 경북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전체 954개 학교에 설치된 9천475대의 CCTV 중 100만 화소 이상은 177대로 고해상도 비율이 1.9%에 그쳤다.40만 화소 미만의 저해상도 CCTV는 10m 이상 떨어진 거리의 사람 얼굴과 차량번호를 식별하기 어렵다. 100만 화소 이상의 CCTV라고 해도, 적외선 기능이 없을 경우 조명이 없는 야간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최근 시판되는 휴대폰의 카메라가 800만 화소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CCTV 무용론과 함께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대구·경북맘 신성미 대표는 “학교마다 이뤄지는 CCTV 설치사업으로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고해상도 CCTV 설치율은 바닥을 맴돌고 있어 사실상 범죄예방에는 역부족이다”며 “아이의 안전을 위해 설치되고 있는 CCTV 조차도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에 의해 퇴색돼가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