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기숙사에서 모녀가 함께 생활해 눈길을 끌고 있다.올해 대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하은(19.여)씨의 기숙사 룸메이트는 ‘엄마’이다. 지체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딸을 옆에서 돌보기 위해 어머니 박미정(48)씨는 딸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박미정 씨는 “집이 울릉도라 통학하거나 따로 집을 구해 생활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며, “학생들의 기숙사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학교 측의 배려로 딸과 함께 기숙사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김하은 씨는 4살 때 집이 산사태로 묻히는 사고로 상·하반신 마비(상반신은 어깨 아래쪽부터 마비)가 생겨 다리와 팔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다.이 때문에 아버지인 김태관(48)씨는 딸의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울릉도에는 대학이 없기 때문에 딸이 육지로 나와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태관 씨는 “딸의 대학 진학과 관련해 주변에 많은 조언을 구했는데, 하나같이 장애학생이 다니기에는 대구대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대구대로의 진학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기숙사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등·하교가 편해졌다는 점이다.대학 진학 전까지 김하은 씨의 등·하교는 아버지의 몫이었다. 울릉도 내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태관 씨는 매일 아침 딸과 함께 출근해 딸을 업고 교실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김태관 씨는 “울릉도엔 눈이 많이 내리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파른 학교 입구 길에 차가 올라갈 수 없어 입구부터 딸을 업고 올라간 적도 많았다”며, “이젠 딸의 등·하교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대학 새내기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김하은 씨는 매일 아침 생활도우미인 같은 학과 선배인 정균영 씨(사회복지학과 2년, 남)와 함께 등·하교 및 강의실 간 이동을 하고 있다.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해 예전처럼 업힐 일도 없다.캠퍼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김하은 씨의 꿈은 ‘사회복지 상담사’가 되는 것이다. 필기를 할 때면 연필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얼굴과 팔 힘으로 힘겹게 글씨를 써 나가지만 한자 한자 써 나갈 때마다 그 꿈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친구들의 얘기를 잘 들어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김하은 씨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고 상담해 주는 일을 좋아한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박미정 씨는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고 하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무사히 졸업장을 받는 그 날까지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한편, 대구대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에서 4회 연속(‘03년, ’05년, ‘08년, ’11년, 3년주기 평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며 명실상부하게 장애학생들을 위한 최고 교육환경을 갖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현재, 대구대에는 192명의 장애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