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 편의위해 설치한무용지물 된 휠체어 리프트기장애인 이동권 인식전환 시급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설치한 휠체어 리프트기가 일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주말인 16일 오후 5시, 대구시티센터 앞 국채보상로 580번지 지하계단으로 내려가는 15번 게이트에서 휠체어 리프트기를 작동하기 위해 호출버턴을 눌렀다. 1회, 2회… 어느새 10분이 흘렀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구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산 넘어 산이라는 현실을 확인한 순간이었고, 무용지물이 된 휠체어 리프트기가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다시 건너편 2.28 기념공원 쪽 16번 게이트에서 호출버턴을 눌렀다. 역시 아무런 응답이 없다. 경비아저씨께 리프트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3년이나 근무했지만 휠체어 리프트기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고 짧게 답변을 한다. 5∼6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관리업체 담당자가 황급히 달려왔다. 대현프리몰 지하상가로 내려가기 위해 16번 게이트에서 리프트기 호출버턴을 누르면, 약 350M 떨어진 A업체 지하 관리실에서 근무하던 담당자가 달려와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도록 돼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A업체 담당자는 “장애인들이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리프트를 이용할 뿐이다”며 “(휠체어 장애인들이) 교보문고나 영프라자 쪽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쪽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들의 휠체어 리프트 작동은 결코 녹록지 못하다. ‘휠체어 리프트 작동법’도 어렵다. ‘승강기 탑승순서’에선 “승강기 펼침스위치를 눌러 승강기가 펼쳐지면 열쇠를 왼쪽으로 돌려서 빼고 승강기에 탑승한 후엔 승강기 내부에 부착된 설명서를 따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주의사항엔 “이 휠체어 리프트는 일반 휠체어 전용시설이오니 전동 스쿠터 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자의 협조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이에 장애인이 혼자 휠체어 리프트기를 안전하게 이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보호자의 협조를 전제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데도 A업체 담당자는 “장애인들이 열쇠를 갖고 직접 사용하도록 되어있다”며 “다만 작동하지 않을 때에 호출버턴을 눌러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6번 게이트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인들이 직접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는데도 시간이 걸리며, 사용 미숙과 오작동 발생 우려 등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에 놓여있다. 더더욱 15번 게이트의 휠체어 리프트는 관리업체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하겠다. 확인 결과 A업체는 1,2,3,8,13,16번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으며, 문제의 15번 게이트는 B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A업체 담당자는 “2∼3개월 전에도 15번 게이트에서 민원이 발생했다”면서 “똑같이 휠체어 리프트를 관리하면서 B업체에 대해 시정 요구를 했지만 관리되지 않는다”면서 말을 아낀다. 한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9월 이후 광화문역 등지에 설치돼 있는 리프트를 없애고 안전한 승강기 설치를 요구했고, 현재 서울 전지역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국가인권위에서 휠체어 리프트기가 이동편의 시설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구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관리업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커녕 휠체어 리프트의 안전한 이용마저 관심권 밖에 두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