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대중가요 작곡가였던 박시춘의 선친 박남포가 쓰고 전문소리꾼이 불러 전국적으로 유행시킨 통속민요다(한국 고음반연구회 이보형) 박남포는 밀양에서 기생양성소인 권번을 운영했다 알려져 있는데 그가 붙인 제목도, 관련 설화도 밀양을 가리키지만 음악은 당시 서울에서 불리던 유행가풍이다. 더욱이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는 밀양 부사의 아리따우나 불운한 딸, 아랑의 노래는 아닌 것 같다. 가사의 유흥성이 농후해, 높은 정절을 기려 ‘아랑, 아랑’하던 ‘아랑가’가 밀양아리랑이 됐다는 명종 시절의 배경설화를 무색하게 한다. 선율 또한 여느 아리랑보다 경쾌하고 흥겹기만 하다. 유희요답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피아노곡으로 구상했다. 특히 ‘연주하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이인식 교수(51·성신여대 음대)는 이렇게 밀양아리랑을 피아노 솔로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다. 문경새재아리랑, 헐버트아리랑, 서울아리랑은 남성 아카펠라로 거듭났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이후 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더욱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의견만 더욱 분분하다. 아리랑은 분명 ‘노래’인데 언제나 악보와 음악은 뒷전이다. 그래서 당시의 악보와 음원 만으로 서울아리랑의 실체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봤다. 2011년 ‘아리랑타령’ 공연 시 직관적으로 문경새재아리랑-헐버트아리랑-서울아리랑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그 전이과정을 추정해 ‘서울아리랑랩소디’ 작업을 했다. 분명 악보는 그렇게 보였고 음악은 그렇게 들렸기 때문이다” “노동요인 문경아리랑이나 헐버트아리랑에 어떤 편성이 가장 효과적일까,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연주자를 찾는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남성 아카펠라가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곡을 만들게 됐다. 투박한 노동요의 단점들을 6성부의 화음이 잘 보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클라리넷 5중주로 서울아리랑을 즐길 수도 있다. “2011년 이미 서울아리랑을 소재로 관현악곡 ‘서울아리랑랩소디’를 작업했다. ‘서울아리랑랩소디’는 서울아리랑의 편곡이 아니라 헐버트아리랑에서 서울아리랑으로의 변천과정을 담은 곡이다. ‘서울아리랑랩소디’는 그 후 여러 번의 연주를 거치며 수정, 보완됐다. 2관 편성을 3관 편성으로 확장했고 팡파르와 합창 부분도 새로이 추가했다. 올해는 클라리넷 5중주와 남성 아카펠라로 서울아리랑을 작업해 봤다. 같은 소재로 여러 편성의 작업을 시도하다보면 그 편성의 특성이야 넘어 설 수 없겠으나 나름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얻게 된다” 진도아리랑은 플루트 선율을 타고 흐른다. “전문 예인집단 중 무속음악인들의 조직체인 신청(神廳)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최대 전국규모의 예술인 공급처였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공인(악공)들은 함께 모여 기예를 닦고 예능을 겨뤘다는데, 진도아리랑이 바로 대금 명인 박종기를 비롯한 그들의 작품이다(인간문화재 박병천·민속연구가 구춘홍 증언) 노동요인 ‘산아지타령’을 유희요로 재구성했다는 진도아리랑의 사설 중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의 배경으로, 박수무당이 되기를 거부하고 문경새재를 넘었던 총각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어느 예술작품이건 그의 사상과 감정 또는 상황과 심정이 담긴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대금과 젓대의 명인이었다는 박종기의 노고를 기려 관악기인 플루트를 위한 곡으로 만들었다. 플루트는 어느 악기보다 맑은 고음을 내며 현란한 기교를 보여준다” 소프라노 솔로의 ‘나비잠 아리랑’을 들으며 아기는 잠이 든다. “믿기 어렵겠지만 가사도, 선율도 제각각인 40여종의 애국가가 있던 시절이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안익태의 애국가(1948년 국가로 제정)는 1935년 즈음 작곡돼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처음 (비공식) 사용됐다. 그러니 나라 잃은 설움에 고향까지 등지고 이국땅으로 떠나야만 했던 당시의 해외동포들에게 영화 ‘아리랑’(1926)의 주제가는 애국가를 넘어 선 ‘고국의 상징’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나라가, 고향이 그리울 때면 아리랑을 불렀고 또 그렇게 전하고 또 전했을 것이다. 진정한 아리랑의 전승주체인 그들, 특히 모든 어머니들을 기려 자장가용 아리랑 ‘나비잠아리랑’을 재구성했다. 여느 자장가와 같이 아이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나비잠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한 아름다운 우리말이다”신동립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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