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유기농 콩 논란에 휩싸였다. ‘소길댁(이효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마을 이름) 유기농 콩’이라는 팻말을 걸고 제주 직거래 장터에서 직접 수확한 콩을 판매한 것이 말썽이 됐다. 유기농인정을 받지 않은 콩을 ‘유기농’이라고 표기한 것을 문제 삼아 한 네티즌이 관련기관에 신고한 것이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취급 판매하려면 관계기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모르고 넘어 간 것이다.
조사를 받은 이효리가 블로그에 ‘소길댁 유기농 콩’이라는 이름으로 콩을 판매한 잘못을 시인하는 글을 올렸다. 눈여겨 볼 것은 그녀의 사과하는 자세이다. 이효리는 “오늘 여러 가지 일로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라며 “몰라서 한 일이라도 잘못은 잘못이니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신 분들 또 감싸주시려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라며 “앞으로는 모든 일에 좀 더 신중해야겠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화끈하고 속 시원한 사과여서 기분이 좋다. 진솔한 사과가 오히려 호감을 산 것으로 보였다. 7년전 방영된 KBS2TV 드라마‘달자의 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먼저 사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스스로 내가 더 많이 잘못했다고 느낄 때도 먼저 사과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마음은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쩐지 몸과 입은 그것을 따라주지는 않으니 사과를 하는 일이란 우리 인생에 큰 숙제이기도 해서, 살다 보면 그런 ‘사과의 기술’ 때문에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빠지기도 했다” 극중에서 ‘미세스 지’가 한 말이다. 하여튼 그녀의 ‘사과의 기술’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 먼저 용서를 구하는 자세도 좋았고, 전하고 싶은 얘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러면 된 것이다.
‘땅콩 리턴’으로 불리며 초유의 항공기내 추태를 부린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태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뉴욕발 국제선 항공기의 1등석에 탑승한 그녀가 서비스를 문제삼아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램프리턴을 지시한 초 월권적, 제왕적 행동이 세계적인 몰매를 받고 있다. 국내 굴지의 초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 오너의 장녀가 벌인 해프닝은 국제적 망신살까지 뻗친 가운데 보직사퇴 흉내만 내다가 여론의 모진 질타를 맞고서야 대한항공의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났을 만큼 어리석다. 12일 국토부에 조사를 받기 전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그녀가 또 달라진 것이다. 승무원과 사무장을 폭행하거나 욕한 사실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한편 당시 사무장은 12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자신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게 하고 심한 욕설을 하면서 케이스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폭로했다. 또 사무장에게 “야 이XX야, 기장에게 비행기 돌리라고 하고 너는 내려”라고 명령했다 하고 1등석 승객의 증언도 거의 같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거의 매일 사무장을 찾아와 조 부사장이 욕을 한 적이 없고 자기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라고 거짓 진술토록 강요하고 있다하니 조현아의 반성과 사과가 마지못한 생색용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이번 사태는 재벌 후계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경고하고 있다. 재벌 2~3세에 이르러 창업주의 창업정신은 사라지고 특권의식 선민의식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한국의 재벌문화다. 북창동 폭행사건을 비롯한 사회적 물의가 그 본보기다. 반기업, 반재벌 정서가 우연히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재벌기업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지 않고 2세, 3세들이 초고속 승진으로 등기임원이 돼 기업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의 사유물화 풍조가 문제다. 제대로 된 공부나 치열한 업무경험도 쌓지 않은 채 승계했을 때 기업이 직면할 위험을 ‘땅콩리턴’ 사건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건발생 10일, 늦어도 한참 늦었다. 시기를 놓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차욱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