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대표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됐다.문 후보는 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 대표경선에서 45.30%의 득표율로 박지원(41.78%) 후보를 접전 끝에 누르고 당 대표가 됐다. 80년대 운동권 대표로 나선 이인영 후보는 12.92%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8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을 가리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주승용 정청래 전병헌 오영식 유승희 후보(득표순)가 선출됐다. 최대 경쟁자였던 박지원 후보를 압도하지 못한 점은 향후 당 운영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는 당초 `문재인 대세론` 속에 순항하는 듯 했지만 박 후보가 `당권-대권 분리론`을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예상보다 상당히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문 대표 캠프 관계자가 "이렇게 어려운 선거는 처음이었다"며 "더 이상 이런 선거는 치르고 싶지 않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문 대표 측은 선거 중반까지만 해도 박 후보 측을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분석했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떠오른 `여론조사 룰 변경` 논란을 기점으로 호남권이 흔들리면서 박 후보와의 격차가 점점 좁혀져 결국 3.52%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이뤘다.선거를 하루 앞둔 7일 캠프 차원에서 `비상` 속에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부동층 잡기에 나섰다고 한다. 전당대회가 열린 이날도 문 대표 측 캠프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박 후보 측 캠프 관계자들과는 달리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문 대표의 당선에는 무엇보다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던 시행세칙 유권해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논란 끝에 결정된 여론조사 설문조항에 포함됐던 `지지후보 없음`을 여론조사 결과 합산에서 제외키로 한 것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인 문 대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같은 `룰 변경` 논란이 오히려 선거구도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측은 `호남의 맹주`인 박 후보에게 동정론이 생기면서 특히 표심을 주도하고 있는 호남 민심을 흔들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해왔다. 문 후보 측이 선거 전날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대목에서다. 치열한 `박빙` 구도는 이날 현장투표가 치러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 대의원(재외국민 300명 제외 1만4719명) 참석율이 80%에 육박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문 후보 측은 `이대로 가면 진다`는 위기감 속에, 박 후보 측은 `이제 흐름은 뒤집히고 있다`는 자신감 속에 양측이 모두 조직을 총동원했다는 것이다. 지역별 참석율은 대략 박 후보 측이 유리한 호남이 약 90%, 문 후보 측이 유리한 영남이 약 7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남은 원래 참석율이 높은 지역이고 영남권 출석율이 오히려 종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현장투표에서도 문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선거에서 지난 3일부터 치러진 권리당원(25만3731명)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21.24%에 그쳤다는 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유리한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박 후보의 `당권-대권 분리론`이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박 후보의 네거티브가 격화되면서 잠재적인 대권주자를 이대로 쓰러뜨릴 수는 없다는 당원들의 `생존본능`이 앞섰다는 평가다.문 대표가 이 같은 접전 끝에 결국 당권을 잡긴 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문 대표가 당권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권을 잡기 위해서는 박 후보를 최소 10%포인트 이상으로 앞서야 했다"며 "문 대표를 믿지 못하는 당심을 확인한 만큼 이를 포용하는 게 최대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