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끼었다. 연초 경기 지표가 좋이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후 18개월만에 대기업 총수 오찬을 벌였을 때만해도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 투자 지원 당부하는가 하면 평창올림픽 지원을 당부하는 등 편안한 모습이었는데 경제의 암운을 예감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1월 광공업생산은 3.7%나 감소해 그 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이 주목된다. 1월 국제수지는 35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었다.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었다. 2013년 3월 1.8%의 하락폭을 기록한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여서 불황형 흑자라는 말도 빛을 잃고 있다. 산업생산도 지난해 9월-0.7%, 10월 0.4%, 11월-0.1%, 12월 1.3%로 증감을 반복하다가 감소로 확 돌아섰다. 광공업생산 증가율도-3.7%로 3개월 만에 감소세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10.5%를 기록한 이후 6년여 만에 최대치로 떨어진 것으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자동차 일반기계류 등도 전월보다 7.1% 떨어졌다. 다만 전월 동월 대비로는 특수산업용기계와 자동차 등에서 투자가 늘어 14.3% 증가한 것을 위로삼을만하다.확실한 증가세는 건설경기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및 토목공사 실적이 늘어 한달 전보다 6.1% 증가했다. 건설수주(불변)는 철도·궤도 등에서 감소했으나, 신규주택과 사무실 등의 수주가 늘어 전년 동월 대비 28.3% 증가했다. 관계전문가들은 이럴 때 경제정책의 주체들이 시장에 분명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 줘야 한다고 말한다.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이 일관성 있게 펼쳐질 때 경제는 힘있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지난 26일의 대기업총수 청와대 오찬은 핵심을 비켜났다. 며칠 기다려 경제지표를 손에 받아 쥔 후 모인 자리에서 사내에 쌓아 둔 유보자금을 풀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있다. 한국은행의 방향감각도 문제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과 싸우며 경기를 부양하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딴 세계에 있는 것처럼 신중론만 고집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확실한 좌표설정이 시급해졌다. 경제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며칠 밤을 새우더라도 공통된 인식을 갖추는 것이 더 화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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