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축 설기현(36·인천)이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었다. 물론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지만 시점에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천유나이티드 소속인 설기현은 정상적으로 동계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새롭게 부임한 김도훈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에도 맏형으로서 힘든 내색 없이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힌 것은 2일 오후였다. 3일에는 언론을 통해 은퇴사실이 전해졌고 리그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4일에는 15년의 프로 생활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흘 사이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설기현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은퇴를 해서 나도 조금 답답하다”고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가 밝힌 팀을 떠난 결정적인 이유는 오랜 꿈인 감독직을 위해서였다. 설기현은 “예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나에게 제의가 온다면 대학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성균관대 총장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과거 내가 생각했던 은퇴 순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체력적인 한계는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자신의 빈 자리를 동료들이 메울 수 있다는 신뢰도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