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리는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며 일본도 침략전쟁을 벌인 과거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비수와 같은 말을 했다. 메르켈은 그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일본 아사히신문사 방문에서 그같은 말을 남겼다. “일본이 역사문제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독일의 경험을 전혀 모르는 자에게 타이르듯 아베 신조 총리에게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충고한 것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또 아베 총리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의 정리가 화해의 전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지지통신은 “일본이 한국,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함을 시사한 것”이라며 바른 말을 했다. 독일과 일본은 똑같은 2차 대전의 침략국이지만 패전 70주년이 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함으로써 독일 지도자들이 침략의 역사에 대해 진정으로 참회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메르켈 역시 2013년 다하우 나치수용소를 찾은 것을 필두로 여러차레 독일이 과거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은 일본과 달리 부끄러운 과거사를 순순이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사과와 보상을 지속하면서 유럽의 가장 신뢰받는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반면 아베와 극우파가 지배하는 일본은 오히려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라고 우기면서 피해국가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천인공노할 집단이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기 하루전인 8일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 2차대전 A급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계승할 것을 ‘자민당 활동방침’으로 채택,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하는 기미는 손톱만큼도 없다. 일본은 그 뿐 아니라 지금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아베가 과거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군국주의 부활을 꾀한다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비판만 자초할 뿐이다.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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