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0세 고령으로 인해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평생 모은 5000만원을 빼앗겼다. 그러나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A씨는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정신적 위자료도 청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빈털터리가 된 그로서는 변호사 선임 비용조차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2. 정신지체 3급 장애인 B씨는 같이 근무하던 C씨가 “아들이 아파 병원비가 필요하니 원고의 월급을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는 말에 속아 모아둔 종잣돈 1700만원을 사기당했다. B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싶지만 장애 때문에 법정에서 일관된 진술이 불가능했다. 법무부가 오는 15일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하면 앞으로 A씨는 국선대리인(일명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B씨는 진술을 도와줄 가족 등 보조인을 법정에 데려갈 수 있게 된다.그동안 민사소송에서는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사회적 약자가 법정에서 국선대리인의 지원 등을 받는 제도가 없었다. 민사소송은 개인 간의 다툼이라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간주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 내에선 그동안 사기 등의 범죄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꾸준히 형성돼 왔고, 그 결과 민사소송에도 국선대리인 제도 등을 도입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게 됐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개정안은 국선대리인 제도와 진술보조제도 도입 외에도 △법원이 부당한 소송 행위에 대해 사후 불허하고 △법원이 직권으로 특별대리인 선임 및 해임을 가능토록 해 사회적 약자인 피후견인(사건 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도 담았다.우선 후견인을 감독하는 후견감독인이 없을 경우 법원이 사후에 부당한 소송 행위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선임된 후견인은 1323명이었지만 후견감독인은 고작 15명을 선임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피후견인이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소송 도중 법원 직권으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별대리인 관련 제도도 보완했다.특별대리인은 소송 무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이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신청에 의해 법원이 선임해주는 대리인을 말한다. 최근 3년간 특별대리인 신청 건수는 2012년 1161건, 2013년 1333건, 지난해 1231건이었다.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의 범위도 확대했다. 일상 생활에서 피후견인들을 직접 마주하는 복지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도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선임 사유에도 ‘법정대리인의 불성실한 소송 수행’ 때문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