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낯선 사람일자라도 집에 찾아 왔으면 “식사는? 아직 안했거든 같이 한 술 뜨시지요”하지 않으면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항차 아이들 밥그릇 걷어차는 부모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들 밥그릇 걷어차는 선생님도 사람이 아니다. 음식 끝에 마음상한다고 했다. 숟가락 하나만 걸치면 여럿 사이에서 한 두 사람 끼니를 떼 울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요즘처럼 먹는 게 지천으로 널려 있지 않았던 가난을 지붕삼아 살던 시절, 점심시간이면 교실마다 벌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혼식검사가 아니다. 넷, 여섯씩 책상을 돌려 마주 앉아 도시락을 꺼내놓으면 선생님의 눈이 번개같이 교실을 훑는다. “도시락 안 싸 온 사람!”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간다. 슬금슬금 밖으로 도망치다가 잡히기도 한다. 선생님이 도시락 뚜껑을 들고 아이들 사이를 누빈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이이들의 도시락에서 밥을 아주 조금씩 덜어 담는다. 그렇게 해서 도시락을 가져 오지 않은 사람의 점심이 해결된다. 반찬은 친구사이에 끼어 앉아 나눠 먹으면 된다. 좀 나은 집에선 소금을 듬뿍 뿌려 구운 김이나 멸치볶음, 달걀부침을 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무장아찌 김치 고추장 따위지만 점심은 꿀맛이고 행복했다. 겨울의 점심시간은 아주 특별나다. 네 시간 째면 선생님이 아이들 도시락을 모두 모아 난로 위와 옆에 놓는다. 이글이글 달아오른 뜨거운 난로에 도시락의 밥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도시락을 이리저리 옮기느라 바쁘다. 그러다가 마치는 종이 울리면 신바람 나는 점심시간이다. 김치며 고추장이며 반찬을 뒤섞은 뒤 도시락뚜껑을 덮고 마구 흔든다. 아주 힘차게 흔든다. 비빔밥 만들기다. 세상에 둘도 없는 꿀맛 같은 비빔밥.“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언으로 4월 1일부터 경남도내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됐다. 그러자 한 고등학생이 홍준표 지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냥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닌, 삶 전부가 담긴 작은 우주”라고 썼다. “점심시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지 잘 모르시는 지사님께 그 시간의 의미를 설명해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학교 안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공간은 급식소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편지를 썼다.학생은 또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다. 저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적어도 가난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다. 함께 노는 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 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분위기는 확 바뀔지도 모른다. ”면서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사님. 무상급식을 돌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홍 지사는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하여 ‘공짜 밥’ 먹는 것을 모르게 급식비를 걷겠다고 하지만 보다시피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영악하다.서울 충암고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 사건은 ‘선별급식’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교감이 급식소 앞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마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다른 애들이 피해를 본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학생의 마음은 어땠을 것이며, 아이로부터 전해들은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경남 양산의 초등학교 학부모는 경남도의원에게 무상급식 지원을 호소하는 문자를 보냈다가 “문자 보낼 돈으로 급식비나 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거 정말 해도 너무 하는 짓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