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외교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내용을 적은 메모가 발견돼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경향신문에 전화를 걸어 메모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공개된 육성파일을 보면 성 전 회장은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현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실장은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고 다른 정치인들도 모두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특히 홍문종 의원은 “1원이라도 받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당장 경남기업측이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과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 역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 정부 실세 권력자에게 지난 2006년과 2007년 거액의 정치자금 전달했다는 언급사실만으로도 메가톤급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 정권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검찰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의혹해소 차원에서도 진실여부는 가려야 한다. 비록 발설자가 자살한 가운데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넘어 갈 국민은 없을 것 같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더욱 이번 사태는 지난달 이완구 총리의 ‘부정부패척결 담화’ 발표 후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 경남기업 등에 대한 수사 중에 터진 일이다. 검찰의 명예를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할 일도 없지 않다. 검찰의 수사 방식이다. 최근 1년간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11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그 가운데 8명이 숨졌다고 하니 지나칠 일이 아니다. 모욕적인 언사 등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깨끗이 청산해야 할 것이다.‘성완종 리스트’라는 돌연한 사태로 비리척결에 제동이 걸린 것 같지만 이는 바람직 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나오는 말이지만 성역 없이 끝까지 추적하고 밝혀 부정부패를 단죄해야 한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수사를 계기로 대국민 신뢰를 확고하게 쌓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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