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세습’으로 비난받는 민간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을 직접 손보기로 했다. 퇴직자 가족을 우선·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맺은 기업에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회사 대표와 노조 위원장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오는 20일부터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 3천여곳을 대상으로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시정 지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14일 발표했다. 다만 직원이 산업재해로 퇴직하는 경우에는 직계가족의 우선 채용을 인정하기로 했다.고용부는 11월까지 노사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곧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사법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법은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위반하면 사측 대표와 노조 위원장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율 개선 사업장에는 향후 노사파트너십 지원사업 선정시 우대, 상생협력 유공 포상시 우선 추천 등 인센티브를 주게 된다.이번 시정지도는 합리적 교섭관행 정착을 위한 국정과제 및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며 단체협약에 규정된 정년퇴직자 가족 등의 우선·특별채용 조항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노동부는 설명하고 있지만 너무 늦은 대책이다. 법원은 이미 2013년 5월 단협의 고용세습 조항은 위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법원이 정부에게 단속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는데도 이제껏 미적대면서 암덩어리를 키운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11%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비웃듯이 일자리를 대물림하며 향유한다는 것은 전 국민의 지탄대상이라 할 것이다.정부가 막상 단속에 나섰지만 효율성을 의심하는 측이 적지않다. 위반시에 최대 500만원의 벌금이라고 하니 가렵지도 않은 벌칙인 때문이다. 기업의 30%가 해당조항을 위반하며 고용세습하고 있는 것은 법이 법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실상 ‘봐 주기’로 비칠 우려가 크다. 단속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버릇을 바로잡으려면 법이 무서워서라도 위반하지 않을 정도가 돼야 한다.2013년 울산지법은 “고용세습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법률상 무효이며 노조의 인사권 침해”라고 했다. 정부는 강력한 입법조치로 근절의지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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