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지난달 30일 영상회의실에서 ‘방폐장 유치지역지원 사업’ 추진상황 보고회를 가졌다.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중 부진사업에 대한 문제점 및 대책과 추진과정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결론은 방폐장 1단계 사업이 완료돼 방폐물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방폐장 관련 특별법에 의거 지원되는 유치지역지원 사업 중 아직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불신이 없도록 계획된 사업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주 방폐장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경주 방폐장이 선정되기까지는 모진 역정을 겪었다. 1986년 이후 정부는 충남 안면도, 인천 굴업도, 전남 영광, 전북 부안 등 전국을 돌며 무려 아홉 차례나 방폐장 부지 선정작업을 벌였으나 강력한 반발로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경주는 달랐다. 정부가 2005년 방폐장유치지역지원특별법을 제정하자 시민들은 투표를 실시해 찬성으로 화답했고, 정부는 특별지원금 3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경주 이전, 양성자가속기센터 건립도 약속했다. 그러나 님비를 이겨내고 사회공동체의 큰 이익을 선택했던 경주시민들은 정부시책에 불신을 곱씹고 있다.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엄청난 위험을 감내하고 방폐장을 수용했다면 보상은 당연한 조치다. 다음 세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주민 투표로 방폐장을 수용한 경주에 정부가 특별지원금 3천억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으로 화답한 것은 합당한 조치였다. 이런 ‘경주 모델’을 잘 정착시켜야 하지만 절반만 지켜졌을 따름이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설이 떠오를 정도다.정부가 대표적 님비사업인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 들어선 경주지역에 대한 지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배신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처해야 한다. 경주 방폐장 가동은 반길 일이지만 경주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하려고 한다면 반발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향후 정부가 해야 할 수많은 님비사업의 안정적인 출발을 위해서라도 경주시민에게 한 약속, 특별지원금 3천억원 지원을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 경주가 정부시책의 신뢰를 담보하는 모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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