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의 차도 통행을 위해 마련된 횡단보도가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화장품, 편의점 등 인근 매장에서의 볼일을 보기 위해 정차한 차량들이지만 짧게는 20여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이나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순찰차량도 간간이 지나쳤지만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은 전무했다.27일 오전 11시 19분께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북문 앞 횡단보도 일대는 차도를 건너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북대 북문과 맞은편에선 각각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횡단보도 양 옆으로는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북구청이 경북대 앞 대학로의 원활한 차량의 통행을 위해 마련한 대학로 갓길 공영주차장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였다. 좁은 공간으로 차를 세우기 위해 비집고 들어오다 보니 횡단보도 바로 옆까지 차량들이 주차된 것이다. 횡단보도 안 쪽까지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로 보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오전 11시 39분께 경북대 북문 건너편으로 철제 사다리 등을 뒤에 실은 1t 트럭 한 대가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트럭은 망설이는 모습도 없이 횡단보도 한 쪽을 막았고 뒤이어 운전자 등 두 명의 남자가 공구 등을 든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트럭이 횡단보도 한 쪽을 막자 보행자들은 일순간 반대편 좁은 공간으로 쏠리기 시작했다.이에 대해 일부 시민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이미 운전자 등은 보이지 않았다.이후 약 40여분이 지나서야 이들은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와 차를 몰고 사라졌다.차량이 주차돼 있는 동안 대학로 일대로 순찰차량이 지나쳤지만 이런 상황에도 어떠한 제재조차 하지 않았다.대구 중구 동성로와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지점의 횡단보도에서도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간간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1시 42분께 국채보상운동공원 방면 횡단보도 인근에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중앙광장으로 들어서는 동성로 진입부분을 제외하고 국채보상로 갓길로 택시들이 정차돼 있었던 것. 상황이 이러자 이 일대 상가에 물건을 납품하는 차량들은 버젓이 횡단보도에 차를 세우고 자신의 볼일을 보고 있었다.영대병원 동문, 영남이공대 등으로 출입이 가능한 영대병원네거리에서도 횡단보도 불법주정차 차량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28일 오전 10시 42분께 영대병원네거리 교대역 방면의 횡단보도에선 한 트럭의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채 10여분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보행자 중 일부 어르신들이 이런 운전자를 보며 얼굴까지 찌푸렸지만 운전자는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어르신을 위협했다.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제출한 ‘2012년 OECD 국가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대구는 교통사고 발생건수, 차량 1만대 당 사고건수,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 등에서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구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5만7776건, 사망자는 208명으로 이는 광역시급 중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로는 3위(1위 광주, 2위 대전), 자동차 1만 대당 사고발생 건수 123건으로 2위(1위 광주).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2위를 기록했다.특히 대구의 교통사고 발생 지점별 현황을 보면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42%로, 특히 어린이보호구역도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나타나는 등 그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은 특별한 대책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횡단보도·정지선 등에 강한 단속을 펼치는 서울과는 달리 대구에선 횡단보도 정지선 미준수 행태는 이미 만성화돼있기 때문이다.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계도차원에서 정지선·횡단보도에서의 불법주정차 차량과 관련해 2시간 정도를 단속을 하고 있다”며 “대책이 마련되는 데로 보다 강한 단속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