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 피해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노동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3월부터 자국민의 한국관광을 금지하면서 국내 호텔과 면세점 업계는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나 관광가이드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이것은 엄살이 아니다. 관광산업 피해가 2년 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M 호텔은 중국인을 상대로 판매한 객실 수가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3902실, 4566실에서 올 들어 같은 기간 1236실과 201실로 많게는 20분의 1까지 쪼그라들었다. 서울의 P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1-2월 판매 실적은 2683실로 전년 대비 84%에 불과했고 올 3-6월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의 15% 수준인 1682실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호텔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의 L 호텔은 중국정부의 관광 금지로 기존 예약 분 151실이 갑자기 날아가 버렸다.전주의 L 호텔도 중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한 객실 수가 지난해 4월 634실, 5월 1618실, 6월 1230실로 증가하다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7월 939실로 감소하더니 12월에는 63실로 급감했다. 올해도 1월 159실, 2월 41실에 그쳐 판매 수익은 회복될 기미를 안 보인다. 문제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매출, 수익 감소가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호텔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임금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임금 동결 혹은 삭감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흘러나온다. 면세점 업계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더 심하다. 모 면세점의 노조 간부는 “면세점에 입점한 중소업체에서는 이미 인원 감축, 급여 동결이나 삭감 등 고용불안이 발생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사회에서 농수산업 다음으로 취약한 저임금 업종이 음식·숙박이나 관광산업이라고 한다. 사드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날 수도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보다 한국 정부를 더 원망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사드 배치가 이뤄지기 전에 충분히 피해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반대 여론 짓누르는 데만 급급해 더 큰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발 사드 보복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광업종 근로자들은 해고통지서가 날아오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 안보도 결국 국민의 평안한 삶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그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계가 풍비박산 나는 걸 방관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