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학교 담벼락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장미가 때 이른 불볕 더위에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창밖의 짙은 녹음 속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한여름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5월은 숨 가빴지만 무사하게 장미대선을 치러 내고 새 정부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서 부서마다 대선으로 미루어진 각종 사업 진행과 행사들로 연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방세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과도 바쁜 농사철로 접어 들었다. 당장 6월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비롯하여 7월~9월 재산세, 8월 주민세, 12월 자동차세 등 정기분 지방세 납부의 달로 과세준비에 여념이 없다.과세 기준일에 맞추어 비과세건축물(종교용,영유아보육시설용,의료용,창업감면건축물외) 사용현황 조사를 비롯, 유흥주점 등 고급오락장 사용면적 조사 등 주·야간으로 과세업무 담당자들이 현장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판단이 어려운 사항에 대하여는 담당자간 업무토론을 거쳐 과세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현장조사와 각종 대장과 전산자료 등을 정비하여 과세자료 구축, 고지서 출력 등 법정 납기 개시 전까지 수많은 공정 과정을 거쳐 고지서가 납세자에게 송달돼 진다.지금은 지방세 정보화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고 부과 전 담당자의 시스템상 처리 과정과 운영실무자들의 업무연찬 교육을 통해 전산처리과정에 큰 실수 없이 법정 일정에 맞추어 고지서가 출력 배부 되고 있으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정기분 지방세 담당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시스템장애로 하루 이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구축된 자료가 고지서로 출력되기 전 파일을 출력업체 검증을 거치고 검증된 샘플고지서를 대구은행 본점OCR 전산센터에서 OCR 판독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 한 후 최종 고지서를 출력 하게 된다. 지금이야 출력 전문업체와 계약을 통해 고지서출력을 위탁 처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구청 내 전산실에서 담당자들이 밤을 세워 가며 출력하고 출력 중 고장으로 문제가 생겨 눈물콧물 쏟은 직원도 여럿 있다.“자동차세 쪼가리(1.작은 조각, 2.그것이 아주 하찮음을 이르는 말) 왜 안 나오능교?”부과도 되기 전 벌써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지방세 업무를 본 지 24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가장 낯선 단어가 “쪼가리”이다. 처음에는 “쪼가리 아니고 고지서입니다”하고 몇 번을 고쳐 알려 주었지만 하루에 수십 통 받는 통화 속에 ‘고지서’라는 말 대신 ‘쪼가리’를 여러 번 듣다 보니 고쳐 말하기도 지치고 입에서 단내 날 때쯤 담당자도 ‘쪼가리’라고 표현한다. 납세자가 말하는 쪼가리는 ‘작은 조각’을 말하겠지 생각하고 고지서로 나가기까지의 직원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떠올려 보며 “고지서든 쪼가리든 납기 내에 꼭 납부하여 주이소”하고 외쳐보며 “자동차세 쪼가리는 6월, 12월에 나갑니다. 재산세는 쪼가리는 7월 9월에 나가고요, 주민세는 8월에 나갑니다”라고 나는 오늘도 민원인에게 전화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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