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이 푸르른 6월, 사과 과수원 곳곳에서는 호두 크기 정도의 사과가 무럭무럭 자랄 시기다. 한 달 후부터는 초록색의 햇사과를 시장에서 볼 수 있다. 보통 햇사과라고 하면 ‘아오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어릴 적 맛보던 초록 빛깔의 ‘아오리’를 생각하며 “여름 사과는 풋풋한 아오리!”라고 이야기하는 소수의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질긴 텁텁한 맛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왜 여름 사과는 맛이 없을까? 여름 사과로 대표되는 ‘아오리’는 제대로 성숙하기 40일 전부터 덜 익은 상태로 시장에 출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덜 익어 맛없는 ‘아오리’가 대표적인 여름사과가 됐을까? 사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사과가 견디기 힘든 기후다. 사과의 원산지는 여름에 서늘하고 건조한 중앙아시아인데 우리나라의 덥고 다습한 기후와 정반대다. 때문에 제대로 성숙한 여름 사과는 금방 푸석거려서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사과는 덜 익을수록 맛은 덜하지만 저장성이 좋아진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덜 익은 ‘아오리’가 그나마 먹을 만해서 출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통상 ‘아오리’라고 부르는 이 명칭은 정식 품종명은 아니다. 정식 명칭은 ‘쓰가루’로 일본에서 만든 품종이다. 이 품종의 이름이 붙여지기 전 ‘아오리 2호’라는 계통 명을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명칭이 변형돼서 ‘아오리’로 잘못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 익은 ‘쓰가루’의 색깔과 맛은 어떨까? 빨간색이며 과즙이 많고 맛이 좋다. 8월 하순에 일본을 가면 제대로 익은 ‘쓰가루’가 많이 판매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맛이 있어도 저장성이 약해서 유통 상인들이 기피한다. 이유는 소비자에게까지 가기 위해서는 품질 유지 기간이 적어도 5일 정도 필요한데 완숙된 ‘쓰가루’는 2일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통 상인들은 손해 볼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들은 푸석해진 사과로 인식해 구매를 기피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출하되는 여름 사과는 덜 익어서 맛이 떨어지는 ‘쓰가루’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에서는 2010년에 여름 사과 ‘썸머킹’ 품종을, 2014년에 ‘썸머프린스’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같은 시기에 출하되는 덜 익은‘쓰가루’에 비해 맛이 월등히 좋다. 특히 ‘썸머킹’은 현재 약 150㏊ 정도 재배되고 있다. 지난해 첫 출하돼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는 약 130톤 정도 출하될 예정이다. ‘썸머킹’은 7월 하순부터 출하가 가능하며 과일 무게 270g 정도로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적당하고 과즙이 풍부하다. ‘썸머프린스’는 ‘썸머킹’보다 1주일 빠른 7월 중순에 출하된다는 장점이 있다. 과일 무게는 290g으로 ‘썸머킹’보다는 좀 더 크다. 지난해 가을부터 농가로 묘목 보급이 시작됐기에 소비자들은 2~3년 후부터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여름 사과 수요를 7월은 ‘썸머프린스’와 ‘썸머킹’이, 8월은 ‘쓰가루’가 충족시켜 준다면 소비자들은 훨씬 맛있는 여름 사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국산 여름사과 품종의 보급이 확대돼 출하가 많아지면 여름 사과도 맛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햇사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맛있는 가을 사과 구매에 악영향으로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여름휴가 때 맛있는 여름사과 구매가 증가한다면 사과 가격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올 여름 시장에서 국산 여름 사과 품종을 만난다면 맛없는 ‘쓰가루’의 기억을 떠올려 외면하지 말고 여름 사과도 맛있음을 몸소 느껴보길 바란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