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한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는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배치 사업인 F-35A 도입(FX 사업)과 통영함 소나 장착, 각종 군 기자재 납품비리 등 방산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방산비리는 국방력 약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적행위’라는 말은 백번 지당한 말이다.수리온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 등이 2006년 개발에 성공한 첫 국산 기동헬기이다. 2012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같은 해 말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기동형(KUH)과 공격형(KAH)으로 구분하는데 의무 후송, 탐색·구조, 전술 수송, 군수 지원 등을 주로 하지만 필요할 때는 공중강습 임무도 할 수 있다. 당초 수리온은 국산 ‘명품 헬기’로 홍보했었는데 실제로는 부실덩어리었다. 사고일지를 보면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12호기·2호기 비상착륙, 2015년 12월 수리온 4호기 추락, 2014년 8월 수리온 16호기 엔진 정지 외에 5차례의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동체 프레임(뼈대) 균열, 2016년 12월 수리온 4호기가 엔진 결함으로 불시착에 이르기까지 너무 사고가 잦아 도저히 정상 가동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방사청은 2015년 수리온이 세 차례나 엔진 이상으로 추락하거나 비상착륙하자 미국 기관에 성능 실험을 의뢰했을 정도다. 감사원은 어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서 수리온이 비행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관 하에 1조2950억원 들여 개발됐지만 결빙 관련 안전성능과 낙뢰 보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심지어 기체 내부에 빗물이 샌다는 것이다. 엔진 형식 인증도 거치지 않았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런 헬기를 수출을 추진했다고 하니 아찔한 일이다.감사원은 장명진 방사청장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KAI 방산 비리 사건 범위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방산 비리는 비단 수리온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비리 개연성이 크다. 수사당국은 방산비리에 관해 이적(利敵)행위로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수리온 헬기는 전체 방산 비리와 비교하면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방산 비리 근절에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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