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만여명의 집배원 노동자가 총궐기대회를 열고 “집배원 과로사를 근절하고 부족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다. 전국 8개 지방본부, 248개 시군단위 지부에서 1만 3000여명의 집배원이 모여 “과로사 및 돌연사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집배원 노동자들은 ‘집배원은 쉬고 싶다, 근로시간 단축하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배원은 기계가 아니다, 부족인력 충원하라”고 외쳤다.최근 집배원이 과로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면서 집배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정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택배 물량이 증가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하루 배달 주행거리가 80~100km 이상인 집배원이 6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의 집배원 노동자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9시 넘어 퇴근하는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과로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것을 반증하듯 지난 6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인근에서 이 우체국 소속 집배원 원모(47)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는 변고도 발생했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올해만 12명의 우정노조 조합원이 과로사·돌연사 및 분신으로 세상을 떴다. 지난 5년 동안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집배원 70여명이 사망했고 이 중 15명은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죽음의 행렬 앞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정노조의 말이다.집회에 나온 집배원 노동자의 자녀 박성균(13)군이 무대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에 전달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박군은 “아빠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편지로 대통령 할아버지께 부탁드립니다. 집배원 아저씨들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집배원 아저씨들을 많이 늘려주세요. 그래야 저희 아빠가 집에 일찍 들어오셔서 엄마와 산책할 수 있습니다”고 호소했다. 집배원이 갺고 있는 현실에 비춰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진솔된 하소연이다.국회는 우선 집배 업무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4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노동자 쪽 요구에 터무니없이 모자란 100명 증원만을 계획 중인 것은 무슨 심술인가. 집배원의 살인적인 격무를 이해한다면 4000명 모두 증원시켜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