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이 천재지변을 당해 망연자실한 가운데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지방의원이 경북에도 있다. 경주시의회가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농심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는 가운데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보도돼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더니 해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그 모양이다.경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와 문화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은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7박 9일간 인도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해외연수는 시의원 1인당 246만원씩, 총 1968만원의 예산을 들여 인도 델리와 갠지스강, 카추라호, 시크리섬 등을 다녀왔다. 소문난 관광지 일색이다. 이런데도 해외연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세부 일정을 본다. 1일차 인도 델리 도착 후 2일차 녹야원 및 푸자의식 관람, 3일차 갠지스강 일출, 인도 전통춤 관람, 4일차 라즈마할과 쉬시마할, 제항기르마할을 관람했다. 이어 5일차 시크리성, 타지마할 관람, 6일차 하와마할과 천문대 관람, 8일차 인도간디기념관과 대통령궁을 방문했다. 전부 수학여행 같은 관광일색인데 오직 7일차 하루만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 방문이 들어 있다. 그것도 해외연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극심한 가뭄 속에 해외연수를 강행한 데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향후 재발대책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한달 동안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지속되자 용수확보와 비상 급수 등을 위해 간부 공무원 전원이 비상근무하며 매일 가뭄현황을 긴급 점검하고 대책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 몰라라 하고 해외로 떠난 경주시의원들은 시민의 머슴이 아니라 상전이다.경주경실련 길종구 집행위원장은 25일 “극심한 가뭄으로 시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관광성 해외연수는 시기적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며 “농심을 우롱한 시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민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한 경주시의회 측의 해명은 당당하다. “빠른 경제성장과 높은 인구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처하고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 등을 견학해 경주를 위한 의정활동의 기초자료를 수집, 연구하기 위해 이번 해외연수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반성하는 빛을 담아 겸손하게 말했으면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