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돈을 빌리고도 10년 넘게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없던 일’로 만들어 주겠다는 구상을 밝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집 팔아 작은 집으로 낮추고 친인척에 빚내고, 허리띠 졸라매 빚 갚은 우리는 바보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돈이 없어 못 갚는 서민들 대상으로 부채탕감을 공약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행복기금의 도움을 받아서 빚을 갚고 있는 40만명 정도가 대상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여기에 금융공기업 28만여명, 민간 대부업체 빚이 있는 사람들까지 대상으로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까지 전액 없애준다고 하니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다. 빚 내 쓰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고 빚냈으면 갚지 말고 5년만 버텨라 정권이 바뀌면 다 해결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세금 낸 국민의 혈세로 이런 일을 해도 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개인 빚 탕감은 박근혜 정권 등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상습화되면 안 된다. 마치 빚을 안 갚고 버티면 언젠가 정부가 갚아 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적 공감대도 얻지 못한 정책을 강제해선 안 된다.취약 계층의 ‘빚 족쇄’를 풀어주겠다면 정선해서 이자에 한정하던지 경감토록 해야 한다. 그로인한 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0만명을 원금과 이자를 몽땅 탕감해준다는 돈키호테식 발상은 접어야 한다. 신용회복 지원기관인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년 이상 1000만원이하의 장기소액연체채권을 소각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한정해서 실천할 궁리를 해야지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은 삼가하기 바란다. 80만명이나 되는 대부업체 보유 장기연체채권을 정부 예산으로 사들인 뒤 소각하는 방식을 누가 거론했는가. 그야말로 경제정책 실험을 하겠다는 것인가.금융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이번 정책은 빚 일부가 아닌 100% 탕감이라는 점에서 예전의 금융 소외자 지원 대책과 차이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채무자를 바보로 만드는 정책인 때문이다. 빚을 안 갚고 버티면 언젠가는 탕감 받을 수 있는데 누가 힘들여 빚을 갚겠는가. ‘부채탕감’이 아니라 ‘부채경감’으로 방향을 바꿔 빌린 돈은 꼭 갚는다는 사회정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