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일 재혼을 생각 중이라면 자녀를 키우는 사람과 전 배우자가 자녀를 키우는 사람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흔한 생각으로는 자녀를 키우지 않는 사람과 재혼해야 홀가분할 것 같다. 실제로도 자녀 없는 사람을 재혼상대로 더 선호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두 남녀의 얘기를 들으면 공감이 갈 것이다. 그는 호탕한 성격에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바람기도 있다. 반면 능력은 그저 그렇다. 여자 홀리는 재주는 있어 어찌 어찌 결혼은 했다. 아이 둘을 낳고 5년을 살았지만, 결국 바람을 피우다가 이혼을 했다. 아이 둘은 전 부인이 키우고 있다. 위자료 없이 이혼을 하는 상황이라 아이를 키우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만, 그녀는 도저히 무책임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치스러운 여자였다. 미혼 때도 수입의 대부분을 옷과 가방을 사는 데 쓰더니만 돈 있는 남자와 결혼한 후에는 씀씀이가 더 커졌다. 남편이 생활비를 넉넉히 주는데도 부족해서 결국은 카드빚에 사채까지 끌어쓰다가 남편에게 이혼을 당했다. 부부 사이의 아이는 남편이 맡아 키우고 있다. 전 남편은 자신이 양육비를 주면 그녀가 그 돈까지도 다 쓸 것 같아 차라리 자신이 아이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이 남자와 이 여자가 만났다. 둘 다 아이를 안 키우는 홀가분한 싱글이다 보니 비교적 쉽게 결혼을 했다. 자녀 없는 재혼을 원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의 덕을 본 셈이다. 둘은 아들 하나를 낳고 3년을 살다가 결국 이혼을 했다. 남자는 여전히 바람기 많은 한량이었고, 여자 역시 낭비벽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이 자녀가 없다고 해서 좋은 재혼상대인가? 지난 20년 동안 만난 많은 이혼자들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이 이혼 원인 제공자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혼 과정에서 많은 권리를 상실하게 되고, 또 그런 배우자에게 아이 양육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녀 있는 재혼의 성공률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고, 결혼결정을 할 때 자기 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를 키우려면 생활의 기반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안정돼 있어야 하고, 아이를 봐서라도 해이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 또 하나 있다. 자녀가 있다는 것은 재혼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 된다. 아이 있는 자신과 결혼해줘서 고맙고, 그래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20대 재혼자들도 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녀 있는 상대와 재혼할 확률이 더 높다. ‘내 자식은 괜찮고, 남의 자식은 싫다’는 생각을 버려야 만남의 기회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