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토종기업인 삼화식품의 위생 논란 보도와 관련해 수사에 나섰던 대구경찰청의 늑장 대처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현장검증 한번 없이 관계자들 진술조사 등 수사를 3개월 이상 계속하고 있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삼화식품은 폐업위기에 몰리는 등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삼화식품 본사와 대리점주·근로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진실이든 아니든 식품업체는 한 순간에 날아간다. 회사가 문 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수사결과를 빨리 결정지어 줘야 한다”고 수사 종결을 촉구하고 있다. 13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초 제보를 받은 관할 경찰서가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사건을 종결, 식약청에 참고처리한 사안을 대구경찰청이 인지 수사에 들어갔다. 삼화식품 관계자는 “넉 달 가까이 수사하면서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종결시키면 간부 등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얘기도 들었다. 직원 자택에서 부인 다이어리까지 뒤졌다고 한다. 경찰도 조사할 만큼 한 것 아니겠나. 반품 건으로 시작된 수사인데 다른 걸로 변질되는 것 같다. 솔직히 뭐라도 하나 잡자는 분위기로 느껴진다”며 수사 저의(?)에 의혹을 제기했다.이어 “경찰이 압수수색을 2차례나 하면서 여태껏 현장검증 한 번 없이 관련자들 진술만 받고 있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만 20명 이상, 6년 전 퇴직한 간부들까지 조사받았다. 제보 내용 확인은 현장에서 30분만 보면 바로 입증될 문제다”며 경찰 조사방법에도 의문을 표시했다.66년을 이어온 삼화식품은 대구지역 대표 중견기업으로, 장류 전문업체다. 간장치킨으로 유명한 교촌치킨 등 다수의 업체에 간장 등 각종 장류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1월 한 직원의 제보가 위생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대구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삼화식품이 유통기한이 경과된, 반품된 장류제품을 재가공해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과 달서구청 위생과가 먼저 일주일 간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찍은 사진만 3000여장 분량으로 전해졌다.제품을 무작위로 수거해 조사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식약청과 관할 구청은 지난 1월 23일 ‘제보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사실확인서를 해당 업체에 발급해줬다.제보와 관련해 언론에서도 연이어 보도되자 삼화는 서울고등법원에 보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보도 직후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곧바로 퇴출되면서 납품을 담당하던 대리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업체 관계자는 “물증이라도 있다면 퇴출이 마땅하지만… 어떻게 지킨 자린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매장 판매대 위치 확보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법은 “회사와 대립하는 전·현직 근로자측의 추상적인 진술과 제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제품을)재가공하는 과정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게 돼 (회사의)실익이 없다”며 회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경찰 내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먼저 내려진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현재 대구경찰청은 전담(TF)팀을 구성해 수사에 힘을 모으고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 보안에도 신경쓰고 있는 분위기다.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진술이 번복되면서 확인과정이 필요했고 코로나와 관련해 신천지 교회에 수사가 우선 진행된 면도 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고 있고 현장 검증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경찰은 회사측의 요청에도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 삼화식품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주 안에 서울지역 로펌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1인 시위를 이어가던 회사 노조 측도 오는 14일부터 집회를 열고 경찰 수사종결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