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한 수익의 60%는 대출 수요 증가, 40%는 예대금리차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9일 노유철·정서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과장이 작성한 ‘최근 은행의 수익 및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이해’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과거(2010~2020년 중) 평균의 1.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 수익이 급증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크게 올라 증가한 수익 역시 적지 않다는 게 이들 시각이다.
대출 고객(차주)의 약 70%는 기준금리가 높아질 때 대출금리도 높아지는 변동금리대출인 반면 예금의 절반 가량은 기준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인 데 기인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먼저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시기 차주들은 대부분 당장의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편이다. 장기 고정금리와 단기 변동금리 차이가 클수록 차주들은 변동금리대출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하면서 은행끼리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경쟁 유인이 줄어든 탓도 있다.
노 과장 등은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은행간 금리 경쟁이 다소 줄어든 영향도 존재했다”며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했고,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릴 유인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각 은행이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데도 변동금리대출을 받았다가 결과적으로 차주 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은행간 경쟁 축소가 오히려 예대금리차 확대 빌미를 줄 수 있어 최근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처럼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노 과장 등은 “금융당국은 은행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는지 은행과 차주 입장에서 늘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